1. 러블리즈 - 여름 한 조각 (WAGZAK)
작년 11월에 '종소리'로 겨울 시즌을 겨냥하더니 이번에는 시원한 썸머 앨범을 내놓았다. 이전의 러블리즈는 메이킹에 있어서 시장의 흐름과는 별개로 음악적 독자성을 유지하며 존재하던 그룹이었는데 점차 대중적인 레퍼런스들을 흡수하며 일종의 확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러블리즈의 이번 스페셜 싱글은 트로피컬 하우스의 시원한 사운드를 내세운 전형적인 여름 음악이다. '지금, 우리'와 같이 높은 음이 이어지는 곡임에도 고음을 부드럽게 소화하는 보컬들이 많아 기분 좋은 텐션으로 이어지는 바이브를 만든다. 믿고 듣는 러블리즈인데 좀처럼 리액션이 크지 않아서 아쉽다.
2. 에이핑크 - ONE & SIX (1도 없어)
에이핑크의 주된 테마였던 '치유'와 '위안'을 과감히 버리고 음악적 변모를 모색했다. 에이핑크 특유의 쿵짝거리는 박자감과 디제이 믹스가 줄어들어 다소 허전해진 감도 있지만 성숙미 넘치는 컨셉과 몽롱한 레트로 사운드로 충분히 성공적인 발걸음을 남다. 'Pink'를 키워드로 이어오던 앨범 타이틀에서 이를 과감히 제외하면서 단어가 갖던 긍정성과 영롱한 메시지들을 모두 마이너의 영역으로 꺾어내린 듯하다. 사실 에이핑크의 사운드는 트렌드에 의존하지 않는, 그래서 다소 올드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없지 않아 있었다. 다만 ‘올드’하다는 표현으로 담아내기에는 이들만의 것으로 잘 자리잡은 음악적 인장으로 읽어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트로피컬 하우스를 수혈한 이번 타이틀 ‘1도 없어’ 역시 (좋은 의미의) 에이핑크스러움이 남아있는데 트렌디한 소스들을 섞어넣어 베이퍼웨이브처럼 들리게 하는, 나름의 변화를 시도한 점에 주목해볼만하다. 특히나 관능적 속삭임에서 독특한 보이스의 샘플링으로 넘어가는 도입부의 센스는 이제껏 보지못한 스타일로 묘하게 귀를 잡아끄는 흡입력이 있다. 'HUSH'와는 또 다른 컨셉 리믹스로 변화의 타이밍보다도 시도가 돋보이는 나쁘지 않은 앨범.
3. 골든 차일드 - GOLDENNESS
신인 보이그룹 라인 중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에너지를 보였던 골든 차일드였지만 (데뷔곡 '담다디') 이후 무서운 기세의 '더보이즈'에게 그 자리를 내준 것 같은 아쉬움이 있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속 소년미를 컨셉화한 것 같은 청량감과 역동성이 인상적이었는데 빈틈없이 구축된 컨셉 메이킹이 너무도 명확한 레퍼런스의 결기에 눌려 크게 인상적인 지점을 만들지 못했던 것 같다. 곡 전반에 울리는 기타 리프나 중독성 있는 훅의 텐션에 집중하는 스타일은 선배 격 그룹인 '세븐틴'과 닮아 있지만 부드러운 보컬 마감이나 피치를 온전히 높이지 않는 구성 상의 마일드함은 골든 차일드만의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전 타이틀곡 '너라고'보다도 더 대중적인 호흡을 만들어내면서 다음 앨범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4. 경리 - Blue Moon
나인뮤지스 경리의 솔로곡인데 의외의 지점이 많다. 이전까지 섹시 컨셉에 눌려 훌륭한 보컬 실력을 선보일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경리였는데 오히려 성량적인 지점보다 음색이나 기교를 강조한 앨범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미니멀한 베이스에 올려진 음색이 그녀가 소화하던 섹시한 바이브와 더불어 음악 자체의 유니크한 포인트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낸다. 여기에 몽환적인 플럭 사운드와 살짝 더한 오토튠의 찌릿한 감상이 더해지며 단순히 보컬의 역량 검증이 아닌 하나의 음악으로서의 앨범을 기대하게끔 한다. 특히나 2절의 후렴 이후에 순간적으로 소리를 비워내는 식의 표현은 여러모로 감탄을 자아낸다.
글 잘 읽었습니다~ 세븐틴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