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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듀몽

세븐틴이 Face The Sun에서 Be The Sun에 이르기까지

왜 태양을 따라가려고만 했던 걸까? 그냥 우리가 태양이 되면 되잖아.

데뷔 7주년이었던 5월 26일로부터 하루가 지난 시점에, 세븐틴은 1음절 곡인 홈(Home), 힛(Hit)에 이어 네 번째 정규앨범 ‘Face The Sun’의 타이틀곡 ‘핫’(Hot)으로 돌아왔다. 햇수로 7년차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인 같은 열기로 초여름을 불태웠던 이들이다. 이들에게 지난 6월의 컴백이 유독 의미 있는 이유는 정규 앨범이라는 데만 있지는 않다. 팬들과 대면으로 마주했지만, 공연 내 함성금지로 인해 소고와 클러치만 두드리던 3월의 팬미팅 ‘캐럿랜드’ 이후로 첫 번째 컴백이기 때문이다. 이번 컴백부터는 팬들의 사전녹화와 공개방송 참여도 가능해져서, 그들의 팬덤 캐럿은 스크린 밖 세븐틴의 에너지를 직접, 느끼고 응원하며 함께일 수 있었다. ‘태양을 직면하다’라는 뜻을 지닌 이번 정규 앨범은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쉴 새 없이 노력해온 세븐틴의 열정 그 자체를 담아낸 제목이다. 더하여, 이번에 3년 만에 재개한 월드투어의 제목은 ‘Be The Sun’이다. 5월 말의 정규 앨범 <Face The Sun>에서 6월 말 서울을 시작으로 콘서트 <Be The Sun>을 선보이기까지의 이들이 남겨온 발자취를 따라가보자.


ⓒ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Darl+ing과 _WORLD 사이의 연결고리

올해 공개된 <Darl+ing>, <HOT>, <_WORLD>의 뮤직비디오는 스토리라인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성장에 수반되는 공포를 외면하고 살았던 과거, 그 공포를 직시한 오늘, 공포를 딛고 한층 더 여유롭고 성숙해진 그 이후로 나눈다면 정규 타이틀곡 <HOT>의 뮤직비디오가 지니는 전환점으로서의 의미에 주목할 수 있다.


정규 발매 이전에 선공개되었던 <Darl+ing>의 MV는 시간이 멈춰버린 네버랜드의 유토피아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뮤비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메리골드(금잔화)의 꽃말은 ‘유토피아’에 부합하는데, 이는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을 상징한다. 한편, 네버랜드는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세상이다. 그 세계에 살고 싶은 세븐틴은 아이처럼 아무런 근심도 없이 서로의 얼굴에 낙서를 하며, 곰돌이와 퍼즐을 가지고 놀이를 한다. 또한, 시계를 물 속에 담근 채 책 <그림자가 없는 날>을 읽는다. 이는 시간의 흐름이 수반하는 ‘변화’의 필연성과 그로 인한 공포를 상징하는 ‘그림자’를 외면하는 행위다. 이때 이들이 그림자가 없다는 허상을 실제로 믿고 의존하였다는 것은 버논과 조슈아가 서로 꽃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확인된다. 꽃잎만 그림자가 질 뿐, 그들의 형체는 그림자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장면에서 빛이 내리쬐는 영역에서 볼 수 있듯, 진실(Belief)과 기억(Remember) 사이에는 ‘두려움(Fear)’이 조명된다.



ⓒ 세븐틴 <Darl+ing> M/V


또한, 이들이 은연 중에는 진실을 받아들이면 두려움이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책 <Growing Pains>를 읽고, 십자말풀이 퍼즐에서 성장(grow), 그림자(shadow), 꿈(dream)가 연결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그러하다. 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된 멤버들은 안대를 벗거나 실제 세계로 손을 뻗게 되면서, 유토피아에 존재하지 않았던 ‘그림자’가 생기고, 곁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 어두운 세계와 같은 ‘디스토피아’를 마주하게 된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HOT> 뮤비에 등장한 문구들을 위주로 우선 살펴보자. 버논이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면서 쏘아진 총알은 민규의 손하트를 뚫고 ‘Darling’의 ‘l’을 무너뜨린다. 이때 남은 ‘Daring’은 ‘대담한, 위험한’이라는 뜻을 지닌다. 그 뒤로 다이아몬드 문양의 문이 열린 후에 멤버들 뒤에 큰 글씨로 배치된 ‘Pioneer’ 외에도 ‘Bet your tomorrow on the sun of fate(운명의 태양에 내일을 걸어봐)’, ‘Face the sun’, ‘wanted’라는 문구가 거듭 등장하고, 섭씨 110도 이상의 온도에 배치되어 있을 만큼의 뜨거운 온도도 견딜 수 있는 걸 보아 ‘태양을 직면하는 것’에서 ‘태양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세븐틴 <HOT> M/V


뮤직비디오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영단어는 ‘Pioneer’다. 이는 후속 설명하겠지만, 이번 앨범의 마지막 다섯 번째 앨범명 ‘Pioneer’과, 태양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전진하는 이번 컴백 트레일러의 결말과도 맞닿아 있는 핵심 키워드다. 그 밖에도 멤버들의 행동에 주목해볼 수 있다. 우선 상처마저 끌어안는 경우로, 정한은 부서진 날개 한 짝을 들고 걸어가며, 우지는 자신의 그림자를 상징하는 준을 일으킨다. 상처에 굴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멤버들도 있다. 원우는 깨진 안경을 밟아버리고, 에스쿱스와 디노는 피가 났음에도 이를 얼굴에 닦거나 수습하지 않고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Daring’에 걸맞은 이들로 호시는 해골과 춤추고 있으며, 승관은 자신을 불길로 둘러싸고, 버논은 총의 탄알을 입에 무는 대담함을 보여준다.











ⓒ 세븐틴 <HOT> M/V



<HOT>의 뮤직비디오는 화염과 먼지를 일면서 마무리되었다. 또한, [Face the sun]의 마지막 수록곡이 <Ash>로 끝났기에(빌보드 인터뷰 내용 참고), 그 잿더미(ash) 속을 뚫고 달린 <_WORLD> 오프닝 장면의 차는 흙먼지로 가득하지만 평화로운 황무지에서 정차한다. 세븐틴의 세계로 인도하는 터미널의 풍경은 낮에는 화창하고 꽃가루가 날리며, 밤에는 네온사인이 가득하고 폭죽이 터진다. 앞선 극적인 두 뮤직비디오의 풍경보다 훨씬 여유롭고 평화롭다. 이때의 성숙함은 앞선 두 단계가 존재했기에 있을 수 있었다.


ⓒ 세븐틴 <_WORLD> M/V

13 Inner Shadows, 외면할 수 없는 내면의 공포

그동안 세븐틴이 곡명에 직접적으로 ‘두려움’을 내포했던 것은 세 번째 정규 앨범이었던 [An Ode]의 타이틀곡 <Fear>였다. 이번 네 번째 정규앨범은 그 때의 세계관을 이어받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선공개된 앨범 트레일러 ’13 Inner Shadows’다. "I’m not seventeen anymore"을 읊는 멤버의 영상 프로모션이 먼저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라오면, 자정에 그 멤버의 ‘내면의 그림자’, 즉 이들이 마음 놓고 꺼내 보지 못했던 두려움의 대상(White night, Missed call, Shadow of the sun, Lostspot light, The savior, Unlock close, Concrete maze, Smile emoji, The wire jail, Harmony discord, Fish bowl and sea, Meta morphosis, Worlds end_and)을 암시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 되었다. 이후 오후에 유튜브의 트레일러가 의미하는 바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업로드 되는 방식으로 한 멤버의 서사가 완성되었다. 이때의 ‘I’m not seventeen anymore’은 이미 전원 재계약을 완료한 세븐틴인 만큼, 완전체 활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라 ‘이전의 세븐틴이 아니다’라고 읽어줄 수 있다. 이전에 ‘두려워했던’ 세븐틴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이 메시지에서 지칭하는 'seventeen'은 특히 데뷔가 수차례 무산되기를 반복했던 일명 ‘메로나 감옥’ 시절의 방황, 빌보드 인터뷰 등 수차례 언급한 코로나 시국의 장기화 속에서 지쳐가던 약 2년, 종종 무대 아래에서 신체적, 심리적으로 힘들었을 모든 모습을 통칭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Even though you are being alone, remember we are on your side and don't be afraid of the all the fears you have." 세븐틴의 네 번째 미니앨범 <Al1>에서 이미 이들은 혼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으나, Alone에서 Al(l)+one, 즉 혼자인 상황에서도 자신과 한 마음으로 편이 되어줄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의지하고 있었다. 네 번째 정규앨범에는 그때와 유사한 두려움을 보이는 멤버 (White night 에스쿱스, Missed call 조슈아, Lostspot light 우지, The savior 호시), 타인 혹은 세상과의 관계에 지쳤거나 겁먹은 멤버 (Unlock close 정한, Smile emoji 도겸, The wire jail 디노, Harmony discord 민규), 목적지 없는 길에서 방황하는 멤버 (Shadow of the sun 디에잇, Concrete maze 승관, Fish bowl and sea 버논), 그리고 두려움도 있으나 또 다른 희망을 믿는 멤버(Meta morphosis 준, Worlds end_and 원우)가 있다. 특히 이때 주목할 만한 것은 원우의 사고방식이다. 세상이 끝나는 곳에서도 또 다른 시작을 찾는 원우의 키워드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접속어 ‘and’로 마무리되며, 멤버들을 세븐틴 제2의 서막으로 이어준다. (후속 설명하겠지만, 원우는 앨범 [01. Control]과 [2. Shadow]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다른 시작’은 리패키지 앨범 [Sector 17]의 타이틀곡명 <_WORLD>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언더바(_)에 담길 의미는 무궁무진하다. 어느 한 단어로 단정되지 않았기에 어느 것이든지 담을 수 있는 것이다.







© 세븐틴 인스타그램


전체 트레일러의 핵심에는 그림자(inner shadow)로 표상되는 '내면의 두려움'을 회피하던 사람이 그것 또한 자신의 일부임을 알고 자아와의 화해를 이룬다는 스토리가 있다. 태양을 좇아야만 빛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지만, 태양은 가까워질수록 뜨거워서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태양이 나를 비출 때 생기는 그림자(물체가 빛을 가려서 그 뒷면에 드리워지는 검은 그늘)가 자신을 잡아 삼켜 버리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고 이대로 오로지 나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은 사라질까 두려워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태양이 되면’ 우리 자체로도 온 세상을 비추는 영향력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태양을 맹목적으로 좇기만 했던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시도는 성큼 태양 가까이 가는 당참으로 표현된다. 태양으로 가까이 가는 길이 없어서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내가 가는 길이 곧 올바른 길이고, 태양에 두려움없이 가까이 가다 보면 결국에는 우리가 태양이 될 테니. 'Inner Shadow’에서부터 ‘Face The Sun’의 스토리를 담은 컨셉 트레일러는 이번 앨범은 물론이거니와, 이전까지의 세븐틴이 표방했던 가치들도 담고 있다. 시동을 켜자 삽시간에 달궈진 엔진과, 어디도 길이 아닌 것 같을 때는 ‘위로 가자’는 신박한 경로의 개척자(pioneer)인 <Left&Right>의 메시지를 연상시킨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닌 여정”, “흠집 낼 수 없는 다이아몬드처럼 견고하고 찬란한 존재” <My my>나 <shining diamond>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Mnet K-pop 유튜브 채널


이번 앨범은 01. Control, 02. Shadow, 03. Ray, 04. Path, 05. Pioneer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이전 앨범의 마지막 페이지는 다음 앨범 표지 그림으로 마무리되면서 각 앨범은 나름의 유기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Face The Sun - 01. Control]의 자켓사진 속 세븐틴은 누군가에 의해 ‘통제’된 듯이 모두가 동일한 옷을 입고, 머리를 올린 채로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다. 이들의 얼굴에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앨범의 후반부에는 자아를 자각한 듯한 원우와 버논이 타의적으로 행동하는 다른 멤버보다 먼저 정면을 직시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면에서는 모든 멤버가 함께 정면을 응시하면서 마무리된다.


©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블로그

나와 닮은 윤곽으로 내 행동을 똑같이 따라하는 무채색의 존재를 외면하고 싶었다. 낯설고도 두려운 이 검은 그림자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01. Control

회색 의상과 흰색 배경은 트레일러 스토리 속의 ‘무채색’의 그림자를 연상시키는데, 이러한 의상과 공간의 구성은 [02. Shadow]에서도 이어진다. [02. Shadow]의 초반에는 이전에 다른 멤버들보다 먼저 자아를 찾았던 원우와 버논이 손전등을 켜고 길을 찾아 나서는 페이지가 등장한다. [03. Ray]는 이들의 목표인 ‘태양’의 아우라를 가장 잘 실감할 수 있는 석양이 배경으로 등장하며, [04. Path]에는 타이틀곡 <Hot>의 뮤직비디오 전반에 등장하는 황무지를 개척하러 달려가는 13명이 있다. 마지막으로 [05. Pioneer]에는 ‘개척자’의 면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쿠터와, 이전 버전의 앨범([01. Control]~[04. Path])까지 등장하지 않던 유닛별 사진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블로그

‘그림자가 생기는 건 당연한 거야.’ 나는 네 목소리를 따라 네 손을 잡고, 너는 내 손을 잡아, 우리는 바깥세상으로 나왔다. -02. Shadow 왜 태양을 따라가려고만 했던 걸까? 그냥 우리가 태양이 되면 되잖아. -03. Ray 분명 황무지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거쳐온 곳은 길이 되어 있었고, 그렇게 돌아본 길에는 숲이 우거져 있었다. -04. Path 시동을 켜자 삽시간에 달궈진 엔진이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설레는 마음에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넘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모두가 놀랐으면 좋겠다. 모두를 놀라게 해주고 싶다. 내가 무엇까지 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 -05. Pioneer

타이틀곡부터 수록곡까지

[Face The Sun]에는 선공개곡이었던 <Darl+ing>을 비롯해 타이틀곡인 <Hot>, 그리고 차례대로 수록곡인 <Don Quixote>, <March>, <Domino>, <Shadow>, <노래해>, <If you leave me>, <Ash>가 수록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수록된 곡들에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태양’이다. “태양이 되어버릴 거야”, “최선이 아니라 최고가 되고 말 거야”처럼 ‘Be the sun’이라는 목표를 직관적으로 내포하는 가사가 주를 이룬다. 심지어 <Ash>에서는 “매일 밤 빛나던 사막의 별 하나가 이젠 내가 될 차례야 선택을 해 Do or Die”라며 “방주를 새롭게 지어” 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열정을 보여준다. 그 밖에도 ‘태양 속으로 달리는’ 세븐틴을 담은 <Hot>과 <March>는 월드투어 ‘Be The Sun’의 오프닝 무대, <Shadow>는 중반부 무대로 편성되었던 곡인 만큼 세븐틴이 태양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각설하고, 이번 정규 앨범 수록곡의 정서를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누면 ‘목표를 향한 포부’가 드러나는 ‘Hot, Don Quixote, March, Shadow, Ash’와, 사랑을 다룬 ‘Darl+ing’, ‘Domino’, ‘노래해’, ‘If you leave me’가 있다. 이 중에서도 ‘If you leave me’의 경우에는 팬송으로, 세븐틴을 사랑해주는 모든 이들에게 떠나지 말고 함께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곡이라 후자 중 세 곡과는 달리 애절한 분위기를 띠는 곡이다. 이렇게 곡의 흐름을 크게 둘로 나눴을 때 재미있는 것은, 전자에서 세븐틴이 내키는 대로 행동했다면, 후자에서는 본인들이 주체할 수 없는 사랑에 휩싸이고 있다는 점에서 제재별로 상반되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가령, ‘Darl+ing’에서는 사랑을 계속 확인받고 싶어하면서 남의 행동에 좌우되는 화자가, ‘Hot’에는 따라오라며 앞장서서 본인들의 행동을 표준이자 기준으로 만드는 화자가 등장한다. 다만 사이렌 소리처럼 들리는 오토튠이 기반이 되는 Hot이나, 멤버들의 목소리에 깔린 Ash 같은 경우에는 세븐틴이 그동안 시도해오던 스타일과는 결이 다르다. 오토튠이 노래 전반에 곁들여 있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리스너라면, 해당 곡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결의 노래라고 생각된다.

‘세븐틴이 세븐틴했다’, 성과와 극복 과제

[Face The Sun]은 2022년 8월 한터차트 기준으로 초동 200만장을 넘기면서 더블 밀리언셀러로 역대 보이그룹 음반 5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보였다. 한편, 국내 음원 시장에서의 실적은 20위권에서 머무르는 등 음반 실적에 비해 아쉬웠다. <HOT>의 싸비 부분이 중독성 있고, 챌린지도 활발히 진행했었으나 같은 달 상위권을 차지하던 (여자) 아이들의 TOMBOY, 아이브의 LOVE DIVE 등의 여자 아이돌 곡에 비해서는 화제성이 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필자가 이전 웹진(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3805814&memberNo=47077221 )에서 지적했던 것과도 맞닿아 있는, 남자 아이돌 그룹으로서 겪을 수 있는 과제이다. 특히 세븐틴은 남자 아이돌의 음원이 아직까지 대중적이던 데뷔 시절을 거친 3세대 대표주자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더욱 아쉬울 법도 하다. 그들의 팬덤 음원총공팀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팬덤 내부에서도 음원에 대한 중요성 자각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타이틀곡 <HOT>은 아이튠즈송 차트에서 멕시코, 싱가포르 등 총 25개국과 지역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일본 오리콘 데일리 앨범 차트에서 발매 직후부터 5일 연속 1위에 올랐다. [1] 정규 앨범뿐만 아니라 후속 활동을 진행했던 리패키지 앨범 [Sector 17]도 빌보드 앨범 차트 TOP10으로 진입하고, 스트리밍을 포함하여 3.4만 유닛을 기록하여 앨범 차트 4위를 기록하는 등의 고공행진을 보여주고 있다. 컴백할 때마다 빌보드, 가디언, 데이즈드 등의 해외 매체의 주목을 받는 이들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보여주면서 음원차트의 실적에만 얽매이지 않고 ‘그 이상’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Thanks TO 여러분은 우리의 빛이 되어주셨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태양이 되겠습니다.


세븐틴은 해를 거듭할수록 당연해보이는 것도 결코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였다. 빌보드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조슈아와 버논은 ‘재계약’이 새로운 난관이었다고 밝힌 점이 그러하다. 이들은 아무리 서로 친밀해도 개개인의 목표는 복잡한 것임을 체감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고, 그들의 생각은 말하지 않아도 하나, 즉 세븐틴으로 수렴했다. 그룹의 입장에서 보내는 하나의 땡스투가 실렸던 바로 직전 앨범 [Attacca]와 비교했을 때, 이번 정규 앨범은 멤버 개개인이 편지를 작성하여 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과거 힘들었던 순간 “고향에 가족들과 친구들을 두고 오직 꿈 하나를 위해 올라온” 열다섯을 회상하는 승관, 한 편의 시로 함께할 것을 맹세하고자 하는 우지,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이 악물고 쓰러질 때까지” 무대에 설 것을 다짐하고 멤버들과도 미래를 기약하는 호시 등을 통해 이번 앨범이 그들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으로 작용함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의 곡 중 <Love&Letter(Repackage album)>에 수록된 ‘끝이 안 보여’라는 노래가 있다. 이는 데뷔도 여럿 무산되고, 반복되는 월말시험과 일상이 거의 매일 생중계되는 세븐틴 TV 시절에 ‘두려움의 끝이 안 보였던’ 당시의 심정을 담은 곡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의미로 ‘끝이 안 보이는’ 세븐틴이 되었다. 앞서 <Face The Sun>이 태양이 되기 위한 당찬 발걸음으로 마무리되었다고 서술하였지만, 이는 끝이라고 할 수 없는 세븐틴의 또 다른 시작이다. 13명이 전원 재계약을 성공한 이후로, 태양을 단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태양 그 자체가 되겠다는 이들은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제2의 세븐틴’의 서막을 열었다. 준비된 ‘태양’을 위해, 모든 세상의 빛은 하나로 물들 준비가 되어 있다.


[1] 이투데이, 세븐틴 4집 ‘빌보드 200’ 7위 진입…자체 최고 기록 https://www.etoday.co.kr/news/view/2142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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