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트와이스의 정규 2집 [Eyes wide open]이 발매되었습니다. 현 세대 K-POP을 대표하는 걸그룹의 귀환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는데, 아이돌레 에디터들이 ‘변화’를 꾀한 이번 앨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JYP ENTERTAINMENT
- 선과 악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구조를 가진 뮤직비디오
방배동 도비: 뮤직비디오가 전반적으로 선과 악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을 콘셉트로 잡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예시 중 하나로 트와이스의 멤버를 한 쪽은 하얀색, 한 쪽은 검은색을 포인트로 잡고 배치해둔 장면이 있었어요. 여기서 가운데에 붉은 선을 배치한 게 화룡점정인데, 선과 악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뚜뚜: 이번에 트와이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회사가 바뀌었다고 하죠. 이전의 원색의 따뜻한 느낌을 주는 뮤비에 익숙해서 그런지 이번 영상은 긍정적인 면에서 상당히 이질적이었어요. 넓게 보면 <MORE&MORE>와 비슷하지만, 묘하게 다른 느낌을 주는 지점이 있었어요.
Subtext: 이번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타 걸그룹이 많이 떠올랐어요. 전체적인 분위기는 블랙핑크와 레드벨벳의 뮤비를 레퍼런스 삼은 것 같고, 특히 기차 안에 멤버들을 배치한 장면이 아이즈원의 일본 곡 <Beware>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장면과 유사했어요.
바수라: 꽃의 이미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붉은 꽃에서 서천 꽃밭이 떠올랐어요. 서천 꽃밭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오브제인데, 삼신할미가 사는 곳이자 저승과 삶의 경계라고 합니다.
뚜뚜: 확실히 이번 뮤직비디오에서는 경계가 될 수 있는 색감이나 오브제를 많이 사용했고, 여기서 ‘대비’되는 느낌이 많이 나타난 것 같아요. 전하고 싶은 중심 메시지가 ‘대립’이라면 전달에 충분히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Dinga: 처음에는 블랙과 화이트(혹은 아이보리), 그리고 붉은 색이 주로 사용되다가 후반부로 전개될수록 화려한 색이 나타나죠. 저는 색감의 사용을 통해 트와이스가 선과 악 사이에서 고뇌하고 있으며, 합의점을 찾았다는 것은 기차를 타고 가는 장면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정연의 오토바이 장면은 꽤 이질적이고 그다지 큰 의미가 들어있지 않은 것 같은데, 원래 남자 아이돌의 뮤직비디오에서 많이 봤던 장면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다만 뮤비에서 비슷한 장면이 계속 나열되는 것이 트와이스치고는 너무 단조로워서 향후 뮤직비디오 제작도 이런 식으로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들었어요.
쪼꼬: 뒤로 갈수록 뮤직비디오가 잘 정리가 안 된 느낌이 들었어요. 레트로를 나타내다가 갑자기 상징성이 뚜렷한 장면이 나타나서 혼란스러웠어요. 다만 직관성은 앞서 말씀하신 분들의 말에 동의하는데, 앨범 제목인 [Eyes wide open]을 나타내기 위해 레이저를 눈에 쏘는 장면이 대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수라: 타이틀곡과 연결해 이야기하자면 나연과 지효 말고는 나머지 멤버들이 묻히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이전 곡들에서는 댄스 브레이크나 랩에서 모두 자신만의 색이 잘 나타났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잘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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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코에 크게 영향을 받은 앨범 분위기
방배동 도비: 데이식스의 최근 발매 곡부터 박진영이 선미와 콜라보한 <When We Disco>, 그리고 이 곡까지 보면 JYP가 신스 팝에 꽂힌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80년대 느낌이 나요. 음계를 들어보니 우리에게 익숙한 단소의 음계, 즉 5음계(황태중임무)인 펜타토닉을 그대로 따와서 상당히 익숙한 멜로디였어요. 비유하자면 옛날 민요나 트로트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번 노래를 이조하면(=조성을 옮기게 되면) 국악 음계와 맞아 떨어져요.
뚜뚜: 저는 초등학생 때 들었던 곡들에서 받았던 느낌이 떠올랐어요. 아이돌 중에서 인피니트와 같이 스윗튠의 프로듀싱을 받았던 아이돌들이 90년대 팝 느낌의 곡들을 많이 냈었는데, 이 곡들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 것 같았어요.
Dinga: 앨범 전체를 들었을 때 초반부에 너무 힘을 준 느낌이 들었어요. 비트나 멜로디 라인이 모두 세고, 무엇보다도 분위기가 비슷해서 잘 듣지 않게 되더라고요. 특히 트와이스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거의 여리여리한 편인데, 타이틀은 어느 정도 힘이 있어야 하는 곡이다보니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뒤쪽에 배치된 곡(<SAY SOMETHING>)을 들었는데, 재즈와 시티 팝의 느낌을 절묘하게 섞은 이 곡이 더 좋더라고요. 다음에도 이런 느낌의 곡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쪼꼬: 이번 앨범에서는 멤버 다섯 명이 단독 작사에 참여했는데, 정규 2집인 만큼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인 모습으로 보였어요. 다만 실력적인 면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면은 잘 나타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어요.
Subtext: 저는 수록곡 중에서 <DO WHAT WE LIKE>(4번 트랙)이 가장 좋았어요. 이번 앨범 수록곡은 전체적으로 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옛날 팝 밴드를 연상하게끔 만드는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뚜뚜: 저는 팬송 느낌의 <DEPEND ON YOU>(11번 트랙)이 제일 좋았어요. 아무런 정보 없이 들었을 때도 ‘어, 이거 팬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아’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나연 씨가 단독 작사한 곡이네요. 이번 앨범에서는 제일 무난한 편에 속하지만, 팬송 특유의 벅찬 느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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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와이스의 콘셉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바수라: 갈수록 트와이스가 예전의 상큼 발랄한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것 같아요. 물론 연차가 쌓이면서 콘셉트에 변화를 주는 건 당연하지만, 트와이스의 고유색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 모르겠어요. 조심스러운 비교지만 에이핑크가 비슷한 사례인데, 에이핑크는 새로운 콘셉트를 잘 정착시킨 반면 트와이스는 아직 물음표가 떠올라요.
Amethyst: 저는 콘셉트 변화가 조금 늦었다고 생각하는 게, 직전 앨범 타이틀곡이었던 <MORE&MORE> 전까지 다 대중성에 일변한 곡이라서 바꿀 거라면 좀 더 일찍 바꾸는 게 좋지 않았나, 싶었어요. 트와이스가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는 <OOH-AHH하게>, <CHEER UP> 같은 느낌이다보니 최근 K-POP 씬의 스타일을 소화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Subtext: 저는 반대로 변화가 빨랐다고 생각한 게, 아이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팬덤’이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중간 과정이 없었던 것이 패착의 요인이었다고 생각해요. 앞서 언급하신 에이핑크의 경우 새로운 스타일이 나오기까지 일종의 ‘텀’이 있었는데, 트와이스는 너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서 기존의 이미지로부터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콘셉트의 급선회보다는 점차적인 시도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쪼꼬: 이번 앨범은 K-POP뿐만 아니라 문화 전체의 최신 유행에 집중했기 때문에 ‘레트로’라는 콘셉트에 많은 신경을 쏟았다고 생각해요. 곡도 유로 댄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비주얼적인 면에서도 80년대 느낌이 많이 나요. 하지만 ‘트와이스’라는 그룹에 대한 기대치에 ㅂ해서는 조금 아쉽네요. 사실 위 콘셉트를 완전히 그룹에 녹여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여전히 트와이스의 기존 콘셉트라는 잔재가 남아 있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느낌은 아니었어요.
Dinga: 모든 걸그룹이 ‘콘셉트 변화’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유독 트와이스가 정체를 겪는 것 같아요. 기존의 콘셉트가 워낙 확고하다보니 <MORE&MORE> 때 생긴 비판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것 같아요.
Amethyst: 그래도 저는 이걸 도약으로 보고 있어요. 언제까지 귀여운 콘셉트를 가져갈 수는 없으니 바꿀 시기가 다가오겠죠. 트와이스는 지금이 딱 그 시기이고, 역시 부침을 겪고 언젠가는 정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에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자는 무언가를 시도한 자를 욕할 수 없다’는 댓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트와이스의 변화에 응원의 시선을 보내고 싶어요. 이들도 연차가 5년이 넘어가는 시점이기에 고민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렇게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면서 피드백을 받는 것이 그룹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현재를 자양분을 삼아 다음 컴백 때 부족한 점을 채운다면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 않을까요?
뚜뚜: 의견은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트와이스가 현재의 과도기를 넘고 잘 정착하길 바라는 마음은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많은 만큼, 우리에게 즐겁고 의미 있는 음악을 많이 들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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