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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아이돌, 케이팝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까?

2019년 말부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일명 ‘언택트’ 시대가 열렸고, 이어 ‘메타버스’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분야와 결합하여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이에 따라 등장한 ‘버추얼 휴먼’은 가상 세계를 통해 시공간적 제약이라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큰 메리트를 가지고 있어 각종 미디어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한국에서는 광고 분야를 활용하여 로지, 한유아 등의 가상인간이 소개됐으며, 점차 영역을 확장한 버추얼 휴먼은 케이팝 산업 부문에서 다양한 컨셉을 수용할 수 있는 ‘버추얼 아이돌’로 변모하여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 받기 시작하였다.


(좌) 메이브(MAVE:), ©METAVERSE ENTERTAINMENT (우) 슈퍼카인드(SUPERKIND), ©DEEP STUDIO


버추얼 아이돌은 virtual(가상의) + idol(아이돌)의 합성어로, 사이버 공간을 기반으로 하여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아이돌 캐릭터를 의미한다. 기존 케이팝 팬덤과 메타버스에 익숙한 MZ세대의 유입을 기대하며 수많은 버추얼 아이돌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는데 SM엔터테인먼트의 가상 아바타 ‘ae’멤버와 함께 활동하는 걸그룹 ‘에스파(aespa)’와 그들의 조력자 ‘나이비스(naevis)’,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의 4인조 걸그룹 ‘메이브(MAVE:)’, 가상 멤버와 인간 멤버가 함께 활동하는 딥스튜디오의 ‘슈퍼카인드(SUPERKIND)’까지 다양한 버추얼 아이돌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특히 전원 버추얼 휴먼으로 이루어진 메이브(MAVE:)는 지난 1월 25일 데뷔곡 <PANDORA>를 공개하고 약 13일 만에 뮤직 비디오 조회수 1000만뷰를 넘겨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버추얼 아이돌은 실존하는 소속 아티스트의 일탈이나 사건, 사고에 대한 위험 부담을 덜 수 있고, 시공간적 제약없이 다양한 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실제로 구현하기 힘든 무대효과, 퍼포먼스 등을 보여주며 상상을 현실화한 새로운 콘텐츠 경험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케이팝의 주 소비층이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인 만큼, 업계에서는 버추얼 아이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기존 아이돌의 대체 가능성 또한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정작 케이팝을 소비하는 팬덤층은 버추얼 아이돌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수요없는 공급’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케이팝 팬덤을 위와 같이 정의하여 ‘케이팝 팬덤이 버추얼 아이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총 135명의 답변을 얻었고,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도표1]과 같이 케이팝 팬덤은 버추얼 아이돌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으며, [도표2]와 같이 버추얼 걸그룹 메이브(MAVE:)를 구체적인 대상으로 정해 설문 조사하였을 때도 메이브(MAVE:)의 외모나 모델링 기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매력이나 흥미를 느끼고 있지 못한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케이팝 팬덤이 버추얼 아이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버추얼 아이돌을 구현하는 기술력의 부족

버추얼 아이돌과 비교하기 위해 기존의 케이팝 팬덤 문화를 분석해 보았을 때, 케이팝 팬덤이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유와 아이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대체로 비슷했다. 아이돌의 뛰어난 외모와 실력, 무대 퍼포먼스이다.

버추얼 아이돌에 관심을 가지거나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에서도 ‘외모 등의 비주얼적 요소(29%)’가 1위를 차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팝 팬덤이 버추얼 아이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이유는 ‘버추얼 아이돌을 구현한 기술력(38%)’과 ‘버추얼 아이돌 각각의 매력을 느낄 수 없는 비슷한 외모(24%)’를 최우선으로 개선해야할 요소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아이돌의 아름다운 외모를 구현해낼 수 있게 되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거나, 기존 아이돌처럼 여러 취향에 맞게 다채롭고 매력적인 외모를 구현해내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인간의 동작처럼 춤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에 대한 기술적인 한계도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거부감을 유발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적인 매력의 부재

케이팝 팬덤에게 있어 아이돌의 비주얼과 실력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비주얼이라는 요소 하나만으로는 덕후들을 사로잡을 수 없다. 비주얼과 더불어 그 아이돌만이 주는 매력은 케이팝 문화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는 비주얼적 요소에 이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인간적인 매력’에 주목해야 한다. 아이돌의 개개인 고유의 성격, 인생사, 가치관, 스타일 등 실존 인물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성은 케이팝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아이돌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매력은 유대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를 통해 팬덤은 아이돌과 함께 교류하고 애정을 쌓으며 몰입하게 된다.

케이팝 팬덤이 버추얼 아이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실제 사람처럼 보이려고 하는 행동에 대한 거부감(51%), 기존 인간 아이돌과 같은 유대감 형성 불가(32%)’ 등이었다. 기존 케이팝 팬덤이 인간적인 매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인간적 면모에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고, 쌍방향적 소통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앞서 언급한 메이브(MAVE:)도 이와 유사하게 아이돌의 외적 요소는 충족하지만 지속적인 덕질의 원동력이 되는 인간적인 매력이 부족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버추얼 아이돌에게 필요한 것은?

버추얼 아이돌이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 아이돌의 비주얼과 퍼포먼스를 따라하거나, 혹은 능가할 수는 있어도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근본적인 부분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버추얼 아이돌의 인간성 부재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강조할수록 오히려 어색한 부분이 드러나며 비인간성이 부각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이고 있었다. 인간 아이돌과 같은 방식으로는 버추얼 아이돌의 매력을 어필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접근 방식을 달리해보자. 바로 ‘캐릭터성’ 부각이다. 버추얼 아이돌이 얼마나 사람과 유사한 지 보다 그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인 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버추얼 아이돌만의 개성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성을 부각한다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케이팝 팬덤은 버추얼 아이돌을 ‘아이돌을 컨셉으로 한 캐릭터’에 가깝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기존 케이팝 아이돌과는 아예 다른 장르이기 때문에 인간 아이돌의 경쟁 상대로도 볼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또한, 기존 케이팝 팬덤이 아이돌의 인간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함께 성장하며 유대감을 느끼는 것과 달리 인간적인 매력보다는 캐릭터가 부여 받은 설정과 세계관을 일방적으로 소비하고 몰입하는 등 서브 컬쳐 팬덤에서 캐릭터를 좋아하는 방식과 유사한 모습이었다.



케이팝 산업에서 버추얼 아이돌의 전망


케이팝 산업은 현재 ‘IP확장’에 주목하고 있다. IP확장은 지적재산권(IP)가 여러 콘텐츠를 통해 확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케이팝이 듣는 음악을 넘어 보고 느끼는 종합 예술 장르로 변화하며 하나의 IP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케이팝 시장이 선택한 IP의 형태는 바로 아이돌의 세계관이었다. 세계관은 아이돌에게 서사와 이야기를 부여하여 팬덤과 아이돌을 하나로 묶는 공동 의식을 구축한다. 팬덤이 세계관을 통해 아이돌에 몰입하며 자연스레 2차 창작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아이돌은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 이렇게 세계관은 케이팝 아이돌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한편, 인간 아이돌을 이용한 IP확장은 한계가 있었다. 아이돌의 초상권 문제, 수익 배분 등 법적 문제와 함께 아이돌의 세계관이 오글거리고 오히려 몰입을 깬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하였다. 실존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IP확장에 있어 단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반면 버추얼 아이돌은 가상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러한 제약이 없다. 아무리 비현실적이고 만화 같은 세계관이라도 캐릭터이기 때문에 오히려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다. 법적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이처럼 캐릭터성을 활용하여 어떤 콘텐츠 든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버추얼 아이돌만의 강점은 케이팝 시장의 IP확장에 있어 꼭 필요한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즉, 버추얼 아이돌은 슈퍼IP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다. 버추얼 아이돌을 활용한 IP확장과 더불어 버추얼 아이돌 제작에 사용한 각종 미디어 활용 기술력은 기존 케이팝 아이돌의 발전과 변화에 있어서도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해당 기사는 김민경, 배정윤 님께서 작성해주신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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