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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댕댕군

뮤비듀스 101: 댕댕군 픽 ‘시간 여행’ 뮤직비디오

지난 기사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원천 콘텐츠를 오마주한 거점 콘텐츠 격의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에 대해 알아봤다면, 오늘은 다양한 콘텐츠에서 자주 쓰이는 창작 소재인 ‘시간 여행’을 활용한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들을 선정해보았다. 시간 여행의 대주제 아래에는 타임 슬립, 타임 루프, 타임 리프, 타임 워프 등의 소주제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소주제를 기반으로 제작된 케이팝 아이돌의 뮤직비디오에 알아보자.


1. 너랑 나 – 아이유 (황수아 감독)


사진 출처: 아이유 '너랑 나' MV 영상 캡처


아이유의 ‘너랑 나’ 뮤직비디오는 타임 슬립 소재를 활용한 대표적인 뮤직비디오다. 타임 슬립이란 이야기 속 인물이 과거나 현재, 미래로 이동하는 개념으로, 여행이라는 설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설정을 말한다. 잠에서 깨지 못하는 남자 주인공 이현우를 좋아하는 아이유는 빨리 시간이 흘러 이현우와 사랑을 하기 위해 미래로 가고자 한다. 미래의 자신과 이현우의 모습을 보고, 타임머신을 개발해 미래로 이동하는 내용의 ‘너랑 나’는 타임 슬립의 개념을 명확하게 표현한 뮤직비디오라고 볼 수 있다. 이 뮤비는 아이유가 타임머신을 가동하자마자 이현우가 눈을 뜨는 게 묘미. 그토록 이현우가 깨어나길 기다리던 아이유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빙글빙글 돌아가는 타임머신은 시청자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내도록 하지만, 여기서 아이유가 이현우의 팔목 안쪽에 새긴 표식 (시계 문양의 낙서)을 통해 미래에서 둘은 알아보게 된다.



2. LOVE YOURSELF Highlight Reel 起承轉結 - 방탄소년단 (룸펜스 감독)

사진 출처: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Highlight Reel 起承轉結 영상 캡처


뮤직비디오는 아니지만, 방탄소년단의 많은 뮤직비디오를 아우르는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기에 이 영상을 선택해봤다. 하이라이트 릴 기승전결은 타임 리프를 잘 보여주는 영상이다. 여기서 타임 리프는 리프는 ‘replay’에서 파생된 단어로, 말 그대로 시간을 되돌린다는 개념으로 원하는 시간으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 이 영상에서는 진의 8월 30일은 두 번 반복된다. 첫 번째 8월 30일 날 여자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을 눈 앞에서 본 진은 이를 되돌리기 위해 8월 30일을 한 번 더 맞이하게 된다. 영상들을 리버스 시키는 씬의 등장과 옷을 갈아입는 장면에 30th August라는 자막이 뜨는 것, 그리고 떨어지는 꽃병을 예상했다는 듯이 잡아내는 메타포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세계관 속에서 타임 리프 장치는 멤버 진이 옷을 갈아입는 행위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 영상을 통해 시청자들의 기존의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가 하나의 타임라인을 매끄럽게 구성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수 있었다. 동시에 2018년에 발매된 ‘Fake Love’라는 곡을 통해 이 영상에서 나오는 진을 비롯한 멤버들의 사랑이 결국에는 거짓된 사랑이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중요한 스포일러가 되기도 한다.



3. 사랑하게 될 거야 – 온앤오프 (써니비주얼 유성균 감독)

사진 출처: 온앤오프 '사랑하게 될거야' MV 영상 캡처


온앤오프의 ‘사랑하게 될 거야’는 타임 워프 소재를 활용한 뮤직비디오다. 타임 워프란 ‘warp’에서 파생된 단어이며, 시간 왜곡이라는 뜻으로 과거나 미래의 일이 현재에 뒤섞여 나타나며, 과거의 일이 현재나 미래에 영향을 끼친다는 설정을 말한다. 전체적인 플롯은 멤버 라운이 타임 워프로 인해 실종되고, 그를 찾기 위해 멤버들은 단체로 타임 워프를 시도하지만 각기 다른 시공간으로 흩어지게 되는 이야기다. 설상가상으로 라운은 타임 워프의 부작용으로 기억까지 잃어버리고 오류가 나서 제멋대로 움직이기까지 한다! 뮤비 속 온앤오프 멤버들은 안드로이드로 등장하고 뮤비 전체적인 배경 또한 퓨처리즘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타임 워프 소재는 이들이 추구하는 퓨처리즘 컨셉을 좀 더 확장시켜줌과 동시에 ‘과거에서 미래로 달려 너를 찾아가겠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온앤오프의 세계관 속 스토리텔링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4. DRAMARAMA – 몬스타엑스 (바이킹스리그 비숍 감독)

사진 출처: 몬스타엑스 'DRAMARAMA' MV 영상 캡처


노래 제목인 DRAMARAMA는 사전에 ‘자신의 선택으로 심화된 드라마틱한 상황’이라고 정의되어있다. 제목의 뜻과 같이 몬스타엑스 멤버들은 시간 여행 장치인 시계를 통해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극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이 뮤비의 특이점은 타임 워프가 가능한 시계를 중심으로 타임 리프, 타임 루프, 타임 슬립을 겪는다. DRAMARAMA에서 등장하는 타임 루프란 시간이 고리 속에서 계속 돌 듯이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동일한 시간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멤버 형원이 준 시계를 통해 타임 리프를 하여 어릴 적 헤어진 동생을 만난 민혁, 사고로 죽은 친구를 되살리기 위해 시계를 이용해 계속 같은 시간으로 돌아가는 타임 루프를 하는 기현, 30년 전 과거에서 살고 있는 셔누를 만나기 위해 타임 슬립을 하다가 잡혀간 원호가 메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뮤비 속 타임 워프는 불법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선택을 하지만,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대가를 따르게 된다는 내용을 담아 스토리에 애절함을 더했다.


 

네 가지의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뮤직비디오를 살펴본 결과, 시간 여행이란 키워드는 어떻게 진행될지 쉽게 예상하지 못한다는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다. 시간 여행의 불확실성을 잘 나타내는 것으로는 타임 패러독스가 있다. 타임 패러독스는 이미 벌어진 슬픈 현실을 되돌리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하지만 모두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는 걸 의미한다. 이러한 타임 패러독스를 이용해 ‘미래에서 알아볼 수 있을까?’라는 두근거림과 기대감을 시청자에게 심어줄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더 나아가 뮤직비디오의 2차적인 향유 과정을 일으킬 수 있다. 시간 여행물은 앞으로 진행될 내용들을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을 이용해 열린 결말로 끝맺음을 지어 팬덤 내에서 앞으로 진행될 내용을 예상하는 등의 향유 과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그룹 내 멤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치로 사용할 수 있다. 온앤오프의 그룹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On’과 ‘Off’로 나눠진 두 유닛과 이 사이를 잇는 ‘&’의 라운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록 그룹이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지만 뮤비 속 서사를 통해 온앤오프 멤버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도 있다. 그리고 몬스타엑스의 드라마라마의 경우, 이후 후속작들과 콘서트 VCR을 통해 시간 여행자인 형원을 중심으로 몬스타엑스의 멤버들 뿐만 아니라 팬덤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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