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음 작사가와 몬스타엑스
‘서지음 작사가’하면 어떤 아이돌이 생각나는가? 서지음 작사가가 엑소, 레드벨벳과 자주 작업을 했던 만큼, 많은 사람들이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을 떠올릴 것이다. 필자도 서지음 작사가의 가사를 엑소 ‘으르렁’을 통해 처음 접했고, 그 후 울림 엔터테인먼트 덕후로서 러블리즈의 곡을 통해 서지음 작사가의 작품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아이돌레의 기사 (뚜뚜님 기사 https://www.magazineidole.com/post/가사의-미학-서지음-작사가의-다섯-번째-계절-ssfwl-로-읽는-사랑)를 통해 러블리즈와 오마이걸이 공유하는 분위기에는 서지음 작사가의 공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기존 몬스타엑스의 활동 컨셉을 생각해 보았을 때, 몬스타엑스의 곡들이 서지음 작사가의 작업물이라는 것은 더욱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의외로 몬스타엑스는 데뷔 초부터 꽤 최근까지 서지음 작사가와 협업했다. 특히 ‘그게 되나 적당히 좋아하는게’라는 구절로 ‘가사가 아닌 명언이다’라는 칭송을 받으며 케이팝에서 공공연하게 레전드로 꼽히는 ‘DRAMARAMA’, 몬스타엑스의 정체성을 공고히 한 ‘Shoot-out’ 등의 대표곡이 그 예시다.
몬스타엑스에 대해서 ‘컨셉과 달리 노래 가사를 들어보면 순 사랑한다는 이야기’라는 한 유튜브 댓글을 본 적이 있다. 이 댓글처럼 몬스타엑스의 가사는 그 컨셉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사실 컨셉뿐 아니라 몬스타엑스는 가사로도 팬들의 ‘과몰입’을 유발한다. 서지음 작사가는 몬스타엑스를 통해 어떤 가사를 썼을까? 로맨스 한 편 ‘뚝딱’ 할 수 있는 서지음 작사가와 몬스타엑스의 조합, 몬스타엑스의 주요 타이틀곡을 통해 알아보자.
Jealousy
작사 서지음, 주헌, I.M
본격적으로 질투를 노래하는 가사가 신선하다. 아이돌 곡이 주로 사랑을 노래하는 만큼, 가사 일부에서 질투를 언급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가사 내내 질투를 주제로 한 곡은 드물다. 하지만 질투심 유발은 사랑에 빠진다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이 아닌가. ‘Jealousy’는 이런 흔한 감정과 상황을 3분이 넘는 시간동안 자세하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나라서 특별히 그런 줄 알았지 / 혼자 착각할 뻔했네”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빤히 / 쳐다보는 눈빛”
“내가 아닌 다른 사람 얘기도 / 그만해줘 stop it”
“내가 아닌 딴 사람과 있는 너 / 상상조차 싫어”
> 구체적인 가사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누군가를 좋아하던 경험을 생각해보자. 그 사람의 눈빛과 이야기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신경이 쓰인다. 상대의 작은 친절에도 혼자 착각하며 가사와 같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Jealousy’는 그런 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혼자 착각할 뻔했네’ 파트를 부르지만 절대 착각일 수가 없는 형원의 미모는 덤이다.)
케이팝에서 질투심은 ‘내가 널 이렇게 좋아하는데, 넌 왜 그러는 거야?’ 같은 귀여운 감정 유발, 또는 최근 트렌드에서는 잘난 나를 주변이 질투한다는 상황에서 쓰이지만, 몬스타엑스의 질투는 다르다.
“내가 이러는 거 / 이걸 사실은 즐기는 거지 / 나 보란 듯이 더 / 어깰 두드려 ha ha funny”
“우리 아무 사이 아닌데 뭐지 / 자꾸 거슬려 왜”
“이러다가 나 언젠가 / 아마 질투에 막 눈이 멀겠지 / 이게 네 작전이라면 / 아주 제대로 먹혔어”
> 몬스타엑스의 질투가 더 재미있는 것은 상대가 일부러 질투를 유발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밝고 희망찬 컨셉이 메이저였던 케이팝에서 질투는 풋풋함과 귀여움의 상징이며 소위 ‘연하남’ 컨셉에 자주 쓰이던 소재라는 생각을 깬다. ‘이게 네 작전이라면, 아주 제대로 먹혔어’라며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질투에 걸려든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팬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그래서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Jealousy’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사이기도 하다.
몬스타엑스의 질투는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알면서도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Jealousy’ 가사는 상대의 뻔한 의도를 알고 있는데도 ‘대체 왜 그러는 건데’, 복잡한 머릿속과 통제할 수 없는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에서 완성된다.
Follow
작사 서지음, 브라더수, 주헌, I.M
오랜 시간 동안 로맨스 소설에서 사랑받는 소재가 있다. 운명과 판타지다.
“Can't you feel 익숙한 듯 낯선 공기 / I can feel 스친 순간 알아버렸지”
“이 느낌을 믿어 난 누가 뭐라 해도 / 이 모든 우연이 다 너만을 가리키니까”
“다시 돌고 돌아 결국 만날 거야 / 달이 거짓말처럼 태양에 겹친 날”
“끝없이 돌고 돌아와도 결국에 다시 너일 테니까 / 다시 거짓말처럼 네 앞에 겹친 난”
> 일식(日蝕)은 과학을 싫어하는 입장에서 이론적인 설명을 들으면 하품만 나오는 현상이지만, 이렇게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데다 드문 자연 현상은 특별한 날로 설정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엇갈린 운명과 우리가 다시 만날 ‘달이 거짓말처럼 태양에 겹친’ 날. 이러한 소재에서 ‘Follow’는 마치 일식이 일어나는 날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일종의 판타지 요소까지 포함하는 것처럼 보인다. ‘Follow’ 가사 속 판타지 요소는 너와 나에 초점을 맞춰 서로의 관계가 해소되는 과정에 집중하게 한다는 점에서 몰입도를 높인다. ‘이 느낌을 믿어 난’. 직감만큼 정확한 게 없다. 단호함에서 숙명이 느껴진다. 그리고 달이 태양에 겹치듯 내가 너와 마주친다. 변하지 않을 자연 현상이 ‘Follow’ 속 운명적인 사랑을 만든다. 게다가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강렬하게 쓰인 한국적인 사운드, 개량 한복의 무대의상이 낯선 분위기를 형성해 청자를 더욱 어느 소설 한 가운데에 빠진 것처럼 느끼게 한다.
“한 순간에 아득하게 서로를 놓쳤던 우린 / 어긋난 채 엇갈려 왜 또 자꾸만 더 멀어져”
“너와 나 사이 두 점을 이어 / 시간과 공간의 선을 넘어 / 영원이라는 장면 속에 이 운명을 비틀어 난 / 난 지금 널 데리러 가”
> 엇갈린 상황에서 운명을 비틀어 널 데리러 간다니. 탄탄하게 쌓아 올린 기승전결의 상황이 해결되는 듯한 가사와 기현의 터지는 고음이 청자를 벅차오르게 만든다. 결국 마지막에는 “다신 멀어지지 마”라는 가사로 해피엔딩을 맞는다.
Love Killa
작사 서지음, 주헌, I.M, Jeff Lewis, Andy Love
‘Love Killa’는 애증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노래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또한 퍼포먼스가 몬스타엑스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데, 이전까지 강렬한 컨셉을 유지해 온 몬스타엑스의 여유로운 섹시함을 극대화한 노래다. ‘Love Killa’에서 몬스타엑스는 스릴러를 찍을 것 같은 피지컬, 총을 들거나 싸우는 듯한 안무로도 결국엔 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노래한다. 케이팝에서 이렇게 애증을 노래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갈등을 빚으면서도 서로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는 그만큼 치명적이고 매혹적이어야 하니, 몬스타엑스에게 최적화된 컨셉이다.
“반복되는 기싸움 속 우린 비상 / 빨간 사이렌도 꺼 이제 너와 나”
“어차피 너와 나는 love or hate / 미친 듯이 원하고 증오해”
“우린 전부 psycho, 환상적인 fighter”
“잔인하고 아름다워”
> 최소한의 비트와 주헌의 낮은 목소리로 파고드는 ‘빨간 사이렌도 꺼 이제 너와 나’로 처음부터 무거운 긴장감을 준다. 가사 속 두 사람은 분명히 싸우는 중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미친듯이 원하고 증오해’, ‘잔인하고 아름다워’, ‘환상적인 fighter’ 등 모순적인 표현으로 청자에게 궁금증을 자아낸다.
“모든 걸 다 던져 (끝을 봐, 끝을 봐)”
“알다시피 우린 절대 서로를 놓지 못해 / 이런 사랑, 이런 상황 감당할 수 있는 사람 / You know that”
“넌 언제나 끝을 봐 / 난 그것도 나쁘진 않아 / 악감정은 없어 / 자, 이 다음엔 뭐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놓을 수 없는 상황. 대립하면서도 결국 너와 나는 결국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렇게 하고 싶어한다. 곡이 진행되는 내내 실컷 싸우고 나서 ‘난 그것도 나쁘진 않아’, ‘자, 이 다음엔 뭐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진 빠지게 하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애증의 관계, ‘Love Killa’의 포인트다.
애증의 관계는 흥미롭다. 작은 싸움으로 관계에 흠이 날까 전전긍긍하기보단 오히려 더 끈끈해지기 때문이다. 이 점이 애정과 증오의 사이를 더 역동적이고 자극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Love Killa’ 가사는 중독적이다.
이미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가사 외에도 과몰입을 유발하는 몬스타엑스의 가사를 살펴봤다. 서지음 작사가는 이 외에도 다수의 수록곡과 타이틀을 몬스타엑스와 함께 작업하며 다양한 가사를 표현했다.
몬스타엑스의 가사에서 드러나는 직접적인 표현은 ‘오글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 오글거리는 것이 가장 솔직한 법이다. 이런 가사가 케이팝 덕후의 심금을 울린다. 서지음 작사가는 2016년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아이돌 쪽 가사를 주로 쓰게 될 텐데, 그렇다면 본인도 십 대, 이십 대의 감성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겠다.’ 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한 적이 있다.
‘⋯어떨 때는 내가 가사를 쓰고도 약간 오글거리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철들지 않은 ‘중2’가 내 안에 내재돼 있나 보다. 그 아이를 계속 철들지 않게 해야지.’ [1] 출처 : 아이즈(ize)(https://www.ize.co.kr) https://www.ize.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083
서지음 작사가만의 작사 스타일을 좋아하는 청자로서 앞으로의 작품도 응원한다.
참고문헌
[1] 황효진. 2016년 5월 25일. 2016년의 작사가│① 서지음 “내 안의 ‘중2’를 철들지 않게 할 거다”. 아이즈(ize)(https://www.ize.co.kr). https://www.ize.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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