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작성자 사진아처

메말라가는 청량 밭, 골든차일드라는 한줄기 소낙비

2017년, 남자 아이돌 시장에서 ‘청량’은 그야말로 레드오션이었다. 방탄소년단(<봄날>), 위너(<REALLY REALLY>), 블락비(<YESTERDAY>) 등 기성 그룹들은 하나같이 청량한 분위기의 곡을 발표했고, 신인 아이돌 또한 시류를 타고 ‘소년미’를 강조한 청명한 컨셉으로 데뷔했다. 결국 대다수의 그룹이 차별화를 위해, 혹은 연차가 쌓임에 따라 팀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어두운 컨셉으로 노선을 틀게 되었다.


그렇게 한때 레드오션이었던 청량은 서서히 메말라가는 밭이 되고 말았다. 3년이 지난 2020년, 더는 온앤오프의 <Complete>, 워너원의 <에너제틱>과 같은 시원한 분위기의 곡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런 와중에 골든차일드가 <Pump It Up>으로 컴백을 알렸다. 4년 차 그룹이 케이팝 씬에 단비와 같은 청량을 몰고 돌아왔다.


- 골든차일드의 지난 활동을 돌아보며


지금까지 골든차일드의 활동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눠볼 수 있다. 데뷔 초 선보인 금동고 3부작(<담다디>, <너라고>, <LET ME>)이 청량을 표방했다면, 최근에 선보인 자아찾기 3부작(<WANNABE>, <Without You>, <ONE>)은 ‘다크’, ‘섹시’, 그리고 ‘성숙'을 주 키워드로 삼았다.


청량에서 다크로 급변화를 준 울림의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변화를 줘야 한다는 고민은 어느 그룹이나 겪는 압박이다. 실제로 긴 공백기 이후 야심 차게 발표한 자아찾기 3부작은 골든차일드에게도 터닝 포인트가 되어줬다. 시리즈의 시작을 끊은 <WANNABE>는 높은 곡 완성도를 자랑했으며, 많은 호평 속에서 팀에게 첫 음악방송 1위를 안겨주는 성과를 냈다.


다만 변화를 준 타이밍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도 시기상조였고 성급했다. 금동고 3부작 이후로도 골든차일드는 <Genie> 활동을 통해 청량 이미지를 착실히 쌓아가던 중이었다. 청량 범위 내에서도 변주를 줄 수 있는 부분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룹의 이미지에 성숙을 더하고자 했다면, 180도 변화를 주기보다는 <LADY>나 <나침반>과 같은 서정적인 ‘아련 청량’으로 서서히 전환을 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였을 거라는 판단이다.


자아찾기 3부작의 마지막, [TAKE A LEAP] 앨범 커버 © WOOLLIM ENTERTAINMENT


특히 자아찾기 3부작의 마지막인 <ONE> 활동은 더욱 큰 아쉬움을 남겼다. 높은 난도의 안무, 역대급 퍼포먼스로 멤버들의 뚜렷한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더 넓은 층의 관객까지 사로잡기에는 다소 대중성이 부족한 곡이었기 때문이다. 묵직한 베이스 사운드와 대부분 가성으로 처리하는 후렴구는 터지는 구간 없이 계속 절제하는 느낌으로 곡을 이끌었는데, 이는 곡이 발매된 한여름의 계절감과 잘 맞지 않는 전개였다. 자아찾기 시리즈의 어두운 테마를 이어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나, 결론적으로 <ONE>은 피날레로서의 한 방이 부족했다.

- 청량으로의 회귀, <Pump It Up>


주관적인 성공 판단 여부를 떠나 어쨌든 자아찾기 3부작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골든차일드가 드디어 2년 만에 주무기인 ‘청량’으로 돌아왔다.


이번 타이틀 <Pump It Up>은 골든차일드의 최고 걸작이라고 생각하는 <LET ME>의 작곡가, MosPick과의 또 한 번의 합작이다. 골든차일드의 넘치는 에너지가 MosPick표 청량 댄스곡을 만났을 때 나오는 시너지는 가히 대단하다. 장준의 랩 가사(‘Like Shake Coke’)처럼 마치 흔든 콜라가 터지는듯한 시원함을 선사하는 곡이 탄생했다. 또한 MosPick은 데뷔곡인 <담다디>의 작곡가이기도 한데, 그렇기에 이 협업은 골든차일드가 데뷔로 회귀하여 초심을 되찾는다는 의미 또한 가지게 된다.



재현, 보민 © WOOLLIM ENTERTAINMENT


필자는 골든차일드의 진정한 매력이 청량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멤버들은 섹시보단 청량에서 더 빛을 발하는데, 강렬한 컨셉을 소화할 때는 다소 경직되거나 어색해 보일 수 있는 모습이 청량 컨셉에서는 ‘연하남의 풋풋함'으로 승화된다. 비주얼적인 부분 역시 청량에 더 부합한다고 본다. 재현, 보민과 같은 울림이 선호하는 맑고 깔끔한 소년 이미지의 멤버들이 상큼한 컨셉과 더 조화롭게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오랜만에 시도하는 청량에 멤버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무대 위를 누빈다. 본인들이 가장 잘하는 걸 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보인다. 또 자아찾기 3부작을 잘 마친 후의 후련함마저 느껴진다. 올해 초 진행한 ‘FUTURE AND PAST’ 콘서트 VCR에서 Y는 이렇게 밝혔다. “<WANNABE> 활동을 하다가 <나랑 해> 무대를 하는데 정말 재밌었다. ‘우리가 청량이 몸에 좀 베어져 있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고, 대기실에 있을 때 웃음기 있고 장난치고 떠드는 것들이 우리의 에너지에 속해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처럼 평소 골든차일드만의 쾌활한 분위기는 무대 위 청량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Pump It Up> MV © WOOLLIM ENTERTAINMENT


<Pump It Up> 뮤직 비디오는 이러한 팀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냈다. 그룹 내 개그맨으로 통하는 지범의 엉뚱한 매력을 살린 주윤발 캐릭터, 장준의 뻔뻔한 표정 연기에 웃음이 터지는 보민, 시도 때도 없이 장난치는 구구즈(골든차일드 내 99년생 멤버 네 명)까지. 안무 또한 이들의 장난기를 잘 활용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와 대문 놀이를 표현한 안무는 골든차일드의 유쾌함을 자연스레 살렸으며, 또 Y가 지휘자가 되고 멤버들은 음표가 되어 움직이는 안무, 주찬이 공을 던지면 멤버들이 볼링핀이 되어 쓰러지는 안무는 무대에 역동성과 에너지를 더했다.


세 가지 버전으로 출시된 [Pump It Up] 앨범 © WOOLLIM ENTERTAINMENT

버전 별 컨셉 포토 © WOOLLIM ENTERTAINMENT


온전히 대중성에 집중한 울림의 전략도 성공적으로 보인다. 난해한 세계관 대신 의상과 스타일링에 투자하여 시선을 끈 것이 현명하다. 이번 싱글 앨범은 A(빨강), B(노랑), C(파랑)의 총 세 가지 버전으로 제작되었다. 각 버전에 맞춰 공개된 컨셉 이미지는 색을 모티브로 한 스타일링을 담았다. 어쩌면 굉장히 원초적인 구성이지만, 어설프게 복잡한 의미를 갖다붙인 것보다 한눈에 보이는 단순함으로 승부한 것이 도리어 신의 한 수가 됐다. 특히 항공 제복을 선보인 파랑 테마의 C 버전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해당 티저가 공개되던 날 새벽, ‘골든에어’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올랐다. A 버전의 레트로풍 스타일링, B 버전의 댄디 러블리 스타일링도 훌륭하다. 통일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멤버별 개성을 충분히 살렸다.

C 버전 컨셉 이미지 속 골든에어 배지 © WOOLLIM ENTERTAINMENT


- 들어는 봤나, 골든차일드표 가을 청량



<Pump It Up> MV © WOOLLIM ENTERTAINMENT


사실 ‘청량'하면 여름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벼운 옷차림, 물놀이, 파스텔톤 바다. 하지만 그렇기에 골든차일드가 가을에 선보이는 청량은 오히려 색다른 느낌을 준다. 높고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가을 하늘에 어울리는 청량이다. 뮤직 비디오도 바람은 차지만 햇살은 뜨거운 가을 분위기를 십분 활용했다.



금동고 3부작 당시 의상 © WOOLLIM ENTERTAINMENT


데뷔 초 골든차일드는 학교를 메인 테마로 잡은 금동고 3부작으로 당찬 소년의 이미지를 선보였다. 당시 울림은 멤버들의 어리고 순수한 이미지를 야구복, 교복, 반바지 등의 의상으로 담아낸 바 있다.



[奇籍(기적)] 앨범의 학생증, <Pump It Up> MV에 등장한 사원증 © WOOLLIM ENTERTAINMENT



<Pump It Up> MV © WOOLLIM ENTERTAINMENT


이후 2년 만에 시도하는 가을 청량은 이 소년들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금동고 학생증은 골차컴퍼니 사원증으로 바뀌었고, 멤버들은 하얀 수트를 입은 회사원 그리고 파란 유니폼을 갖춰 입은 스튜어드로 성장했다. 이것이야말로 청량 내에서의 변주고 골든차일드만의 성숙이 아닐까. 울림이 제대로 감을 잡았다.


<Pump It Up>은 다시 청량 궤도에 진입한 골든차일드에게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다. 그 많던 청량돌은 어디로 갔느냐며 울부짖던 케이팝 팬들을 기억한다. 자, 골든차일드가 한층 성장한 청량으로 중무장해서 나타났다. 이제 모두 지원 사격에 나설 시간이다.

조회수 147회댓글 0개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