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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이게 K-POP의 웨스턴 하이틴이다!

최종 수정일: 2020년 12월 16일

'하이틴 플레이리스트' 검색 결과 | 유튜브(youtube.com)

2010년대 후반, 금방 사그라들 것이라고 예상했던 레트로는 생각과 달리 지금까지도 굳건하게 트렌드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물론 양상은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지만, 레트로 열풍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2018~19년도까지는 일본 지브리나 콘 사토시 감독의 애니메이션과 1980년대에서 지향하던 퓨처리즘을 옮긴 신스웨이브가 인기였다. 그 틈 사이에 넷플릭스에서 <내가 사랑한 모든 남자들에게>와 <키싱 부스>와 같은 하이틴 무비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열풍이었으며, 이와 더불어 하이틴 무비 속 주인공에 빙의하도록 만드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리고 2020년을 기점으로 일명 ‘하이틴 감성’이 폭발적인 기세를 보이며, 콘텐츠뿐만 아니라, 의류, 문구류, 심리테스트 등 여러 방면에서 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콘셉트로서 쓰이고 있다. 최근 이러한 ‘하이틴 감성’을 Y2K 스타일(핑크 톤에 콜라주 디자인, 키치한 분위기와 글리터가 대표적인 요소, 캐릿(careet.net)참고)이라 통칭하기도 한다.


과거 하이틴 무비 및 드라마가 ‘숨어 보는 추억 속 명작’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많은 산업을 넘나드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K-POP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예전에도 ‘하이틴’스러운 콘셉트는 어린 아이돌들이 한 번씩 거쳐 왔긴 했으나, 국내 학원물 또는 청춘물, 즉 ‘K-하이틴’에 가까웠다. 태초에 트와이스와 블랙핑크가 드라마 <가십걸>에 나올 법한 스쿨룩과 치어리딩, 스포티룩을 입고 하이틴 콘셉트를 소화했고, 엑소의 <Love Me Right>이 하이틴물 속 쿼터백의 환상을 그려냈으나, K-POP 전반적인 하이틴 신드롬이었기보다는 그 그룹만의 특색에 가까웠다. 하지만 2020년, Z세대인 아이돌, 그리고 Z세대가 다수 포함된 팬덤으로 구성된 K-POP 씬에 때 마침 부는 '하이틴 열풍'은 안 할 이유가 없는 소재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최근 재미있게 본 ‘하이틴 무비’ 감성이 낭낭한 아이돌 세 팀의 영상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더보이즈 - "프롬파티 그 자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모두 다."

THE BOYZ(더보이즈) ‘Christmassy!’ MV | ⓒ 크래커 엔터테인먼트

‘프롬 파티’를 메인 콘셉트로 잡은 더보이즈의 캐롤송 <Christmassy!>는 하이틴 무비를 아주 높은 싱크로율로 따라잡았다. 프롬 파티라는 콘셉트에 충실해, 더보이즈의 팬덤 ‘더비’에게 프롬파티에 같이 가자고 데이트를 신청하는 로맨스 서사를 담았다. 수능이 학창 시절 가장 빅 이벤트인 ‘K-입시’의 한국인들과는 달리 아이비클럽, 엘리트와는 거리가 먼 스쿨룩, 하이틴 무비의 클리셰 중의 클리셰인 ‘쿼터백’ 캐릭터, 그리고 차량을 렌트해 고백을 하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뮤직비디오 속 가장 인상적이었던 멤버는 바로 주연이었다. 그는 하이틴 무비 속 ‘꽃미남 쿼터백’의 환생 그 자체로, 주연에 대해 잘 모를 지라도 뮤직비디오 속 그로부터 프롬파티 파트너 신청을 받으면 승낙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더보이즈 <Christmassy!> 컨셉 포토 | ⓒ 크래커 엔터테인먼트

음원 정식 발매 전 공개한 콘셉트 포토도 주목해 볼만 하다. 아날로그와 하이틴 감성이 유행하면서 ‘다꾸’, ‘폴꾸’ 등의 콜라주 형식으로 여러 이미지와 스티커를 조합해 꾸미는 것 역시 K-POP 팬을 넘어 Z세대에게 핫한 트렌드다. 이러한 크래커가 채택한 콜라주 이미지의 콘셉트 포토 역시 하이틴 무비의 불변 법칙인 다이어리나 스크랩북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저화질에 노이즈가 가득 찬 이미지와 쨍한 색감과 투박한 글리터 스티커, 드라마 <프렌즈>를 연상시키는 폰트의 집합이 자아내는 촌스러움은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아닌, 우리의 추억 속 하이틴 무비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ITZY - "너가 이 사이에 껴있다고 생각해봐." "극락이지."

ITZY(있지) Selfie Cam #NOBODY_LIKE_YOU | ⓒ JYP 엔터테인먼트

ITZY의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과 멤버 간의 귀여운 관계성으로 인해 ‘하이틴 주인공 재질’이라는 평이 많지만, 놀랍게도 타이틀 곡 뮤직비디오에서 하이틴 무비 속 클리셰를 따른 적은 없다. 대신 수록곡 뮤직비디오를 통해 Z세대가 사랑하는 Y2K스러움을 뿜어냈다. 심오한 메시지나 상징성이 담긴 이야기의 뮤직비디오는 아니지만, ITZY 멤버들의 발랄한 모습과 하이틴스러운 아이템만으로 우정에 대해 다룬 하이틴 무비를 보는 듯하게 만든다. ⟪IT’z ME⟫에 수록된 <Nobody Like You>는 ITZY가 해외 투어 중에 셀피 캠으로 촬영하여 이들의 내추럴한 모습을 담아냈다. 힙한 틴티드 선글라스와 인위적으로 저하시킨 화질, 호텔에서의 파티 씬은 하이틴 무비 속 베스트 프렌드와의 Vlog이자 홈파티 그 자체다. <Nobody Like You>가 1990~2000년대 하이틴 무비의 OST 느낌의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팝 록 장르이기에 ITZY의 하이틴 감성에 심취할 수밖에 없다.


ITZY(있지) "Be In Love" made by ITZY x MIDZY | ⓒ JYP 엔터테인먼트

⟪Not Shy⟫에 수록된 <Be In Love>는 ITZY의 팬덤 ‘MIDZY’와 함께 만든 수록곡 뮤직비디오로, 크로마키를 이용해 야자수, 반짝이는 파도와 같은 감성적인 영상과 MIDZY가 그린 팬아트 등을 ITZY 멤버와 함께 담고 있다. 그리고 <프렌즈>나 <더 프레시 프린스 오브 벨 에어> 등 90년대 미국 드라마 속 패션이 다시금 주목 받는 시점에서, 와이드 청바지와 미니멀한 상의를 매치해 ‘힙’함을 극대화했다. ITZY가 지난 앨범을 통해 드러내왔던 쿨한 이미지는 하이틴 감성과 만나 그들의 브랜드 정체성을 견고히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NCT U - "기억해 빙상장에서 떠들다 나만 퇴학 당해서 한국 왔잖아.."

NCT U 엔시티 유 '90's Love' MV | ⓒ SM 엔터테인먼트

⟪NCT RESONANCE Pt.2⟫의 타이틀 곡 <90‘s Love>는 올드스쿨 힙합 장르의 곡인만큼, 2000년대 서구권 하이틴물 속 스포츠 팀을 연상시키는 비주얼 콘셉트를 차용했다. 미국 하이틴물과 90년대 하이틴 스타였던 H.O.T를 한데 융합해 SM이 추억하는 허상의 ‘그 때 그 시절’을 만들어냈다. 사실 ’아이스 하키‘라는 종목은 한국인과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스포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하이 스쿨 뮤지컬>이나 <글리> 등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가득했던 하이틴 무비 및 드라마 속 스포츠 팀에 대한 환상이 NCT 멤버의 비주얼과 어우러져 ‘그래... 나 고등학생 때 아이스 하키 팀 좋아했지.’라고 납득하게 만든다.


NCT U 엔시티 유 '90's Love' MV | ⓒ SM 엔터테인먼트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부드럽지 않은 3D 애니메이션 역시 지금과는 달리 부자연스러웠던 90년대의 3D 모델링을 보여주어 <90’s Love>라는 제목에 충실하게 임했다. 그리고 영상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종이 질감의 보정과 마스킹 테이프 합성을 통해 하이틴 무비에서 흔히 등장하는 다이어리나 스크랩북처럼 보이도록 했다. 이러한 편집은 NCT의 팬덤 NCTzen 뿐만 아니라 다른 팬덤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90’s Love>에 참여한 멤버 성찬의 파트 중 ‘주머니는 헐렁했지 / 자 찍어 치즈 / 필름 속 친구들 다들 make V’를 BGM으로 타 아이돌의 하이틴스러운 영상을 합성해 일종의 힙한 케이팝 밈으로 거듭난 것을 예시로 들 수 있다. NCT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팀인 만큼, 전 세계적으로 클래식한 장르가 된 하이틴 무비를 연상하는 콘셉트 선정은 문화적 장벽을 허물고 각 국에 있는 NCTzen 모두 공감하고 설렐 수 있는 좋은 선택이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하이틴 감성'을 뮤직비디오에 옮김으로서, 팬덤은 주어진 배경에 따라 멤버의 성격과 비주얼 등을 바탕으로 더 확장된 상상을 할 수 있고, 익히 알려진 하이틴 무비의 주인공에 대입해볼 수도 있다. 최근 하이틴 감성에 푹 빠진 10대 팬덤도, 어린 시절 영어 선생님을 통해 하이틴 무비를 섭렵하며 남 몰래 다시 찾아보던성인 팬덤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콘셉트가 아닌가 싶다. 레트로의 유행이 지속화되면서 다각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하이틴 감성이 주는 트렌디한 레트로라면, 찬성이다.





참고 - "Z세대와 당신이 생각하는 레트로는 완전히 다르다", 캐릿, 김희연, https://www.careet.net/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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