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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두잉

더보이즈는 다시 왕좌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가 담긴 글입니다.


ⓒ Mnet


ⓒ 인스티즈


#0011이라는 번호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케이팝 팬이라면 왠지 익숙한 이 번호, 바로 엠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면 항상 거쳐 가는 관문인 문자 투표에 쓰이는 번호이다. 엠넷은 지치지도 않고 아이돌 대상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필자는 다시는 볼 일 없을 것 같던 #0011로 또 한 번 문자를 보내고야 말았다. 바로 작년 상반기 방영된 <로드 투 킹덤>의 더보이즈였다.


더보이즈는 <로드 투 킹덤>에서 ‘괴도’, ‘REVEAL’과 같은 강렬한 무대들을 남기며 우승을 차지했고, 우승 상품으로 킹덤 출전권을 따냈다. 카메라 무빙을 활용한 똑똑한 무대 구성과 고난이도의 퍼포먼스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고, 여기에 더보이즈의 노력이 더해져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그만큼 뛰어난 무대를 보여준 더보이즈였기에, <로드 투 킹덤>보다 한층 발전된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 4월 1일, 방영 전부터 케이팝 팬들의 심장을 떨리게 만든 엠넷의 <킹덤: 레전더리 워>가 드디어 막을 올렸다. 킹덤에 최종적으로 출연을 확정한 팀은 더보이즈, 비투비, 스트레이키즈, 아이콘, 에이티즈, SF9 총 6팀으로, 1화에서는 100초 퍼프먼스를, 2화에서는 본격적인 1차 경연에 돌입하며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쟁쟁한 그룹들 사이에서, 더보이즈는 <로드 투 킹덤>에서 입증했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까?


과거는 현재의 거울: 로드 투 킹덤 복습하기

- 과몰입을 자아내는 스토리 라인



<로드 투 킹덤>에서 더보이즈만의 뚜렷한 차별점은 바로 ‘스토리 라인’이었다. 첫 경연부터 최종 경연까지, 더보이즈의 무대에는 매 무대를 잇는 스토리 라인이 존재한다. 더보이즈는 ‘왕관’과 ‘왕좌’를 메인 오브제로, '달'을 서브 오브제로 사용하여 무대로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했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달빛 아래 왕관을 훔치고(괴도), 훔친 왕관을 빼앗기자 보름달이 뜨는 날에 혁명을 일으켜 왕위에 오른다(REVEAL). 월광소나타가 흐르면 도원경이 펼쳐지고(도원경), 달이 계속 빛나는 한 게임의 킹은 언제나 더보이즈임을 선언하며 대미를 장식한다(CHECKMATE). 매 무대 끝마다 본인들의 메시지를 던지며, 더보이즈는 경연 무대로도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훌륭하게 보여주었다.


- 완성도 높은 무대 연출과 퍼포먼스



<로드 투 킹덤>은 전반적으로 퍼포먼스에 중점을 둔 무대가 주를 이뤘다. 그 중 더보이즈의 무대가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곡의 컨셉에 걸맞는 무대 연출과 고난이도의 퍼포먼스로 볼거리를 풍부하게 채웠던 점이 아닐까 싶다. 1차 경연이었던 ‘괴도’를 살펴보면, 무대로 먼 거리를 점프하여 등장하더니, ‘담을 넘고’라는 가사에 맞춰 마치 징검다리를 건너듯 공중을 걸어 다니고, 놀랄 틈도 주지 않고 높은 책상 뒤로 떨어진다. 이후에도 책상과 의자를 활용해 흡사 날라 다니며 묘기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왕관을 훔친다는 무대의 스토리 라인을 충실히 따라가며 무대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솔로곡이었던 ‘괴도’를 그룹의 곡으로 훌륭하게 재해석하여 깔끔한 안무대형과 칼군무를 보여준 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2차 경연 ‘REVEAL’은 원곡의 컨셉츄얼한 늑대 인간에서, 혁명을 일으켜 왕위에 오른다는 내용으로 경연에 적합하게 가사와 컨셉을 변형시켰다. ‘괴도’에서 왕관을 훔쳤던 큐가 도입부에서 왕관을 빼앗기는 모습을 통해 바뀐 곡의 컨셉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이후 등장하는 멤버들을 거대한 액자 속 하나의 그림처럼 표현해 감탄을 자아낸다. 곡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 이 무대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명 ‘고싸움’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한국의 민속놀이를 레퍼런스로 삼은 ‘고싸움’ 퍼포먼스는 화려한 무대장치를 통해 시선을 압도했고, 무대의 완성도를 높였다. ‘Catching fire’라는 곡의 부제에 맞게, 현재와 주연의 파트에서 맞댄 손에 실제로 불이 붙는 것 또한 퍼포먼스의 일부로 훌륭하게 작용했다.



3차 경연 ‘도원경’에서는 동양풍이 강했던 원곡에 현대 무용을 접목하여 이전과는 또 다른 감각적인 퍼포먼스를 이어나갔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의 피아노 선율에 맞춰 진행되는 유려한 퍼포먼스와 점점 피어나는 꽃을 시각화하듯 멤버들이 들고 있는 소품이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활짝 핀 꽃으로 변화하는 모습, 랩 파트에서 등장했던 문이 곡의 종착점에서 꽃이 만개한 도원경으로 향하는 문이 된 점은 실로 놀라웠다.


4차 경연 ‘CHECKMATE’는 곡의 제목부터 로드 투 킹덤에서 우승하고 말겠다는 더보이즈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킹을 잡겠다는 체스 용어인 ‘CHECKMATE’는 <로드 투 킹덤>의 로고 속 체스판과 각 팀을 체스 말로 상징한 것과도 연결되며, 출전한 팀들 사이에서 킹이 되겠다는 더보이즈의 선언에 설득력을 더한다. 더보이즈는 로드 투 킹덤에서 보여준 무대 각각의 메인 오브제라 할 수 있는 시계, 왕관, 불, 칼 등을 차례로 보여주며 그동안의 무대를 정리하고, 체스를 활용한 화려한 퍼포먼스를 통해 <로드 투 킹덤>의 대미를 장식했다. 다만 앞서 보여주었던 고난이도의 퍼포먼스에 부담을 가진 건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묘기와 같은 퍼포먼스가 맥락없이 반복되었던 점이 아쉬웠다.


이러한 퍼포먼스가 가능했던 이유는, 다인원 그룹이라는 더보이즈의 특징을 무대 구성에 효율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철저히 카메라 무빙에 맞춰 동선을 구성했기 때문에, 개인 직캠을 보면 카메라에 비춰지는 찰나의 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멤버들이 쉴 틈없이 무대 이쪽 저쪽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도원경’에서 멤버 주연이 소품이었던 꽃을 찾지 못했던 게 개인 직캠을 통해 바로 납득 가능할 정도로, 하나의 무대를 위해 더보이즈는 연신 바쁘게 움직였다. 그들의 노력이 화면을 뚫고 여실히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킹덤에서는?

마침내 공개된 대면식과 1차 경연, 킹덤에 임하는 더보이즈의 주요 전략은 바로 ‘서사’였다. 더보이즈는 지금까지 보여준 두 번의 무대 모두 미국 HBO의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차용했다. 왕좌의 게임은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끝나지 않을 겨울이 다가오는 가운데 칠 왕국의 통치권인 철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그려낸 드라마이다.


- 1화: 대면식 'The Stealer (Epic ver.)'




음악방송 1위 곡을 주제로 한 대면식 무대에서, 더보이즈는 가장 최근 타이틀이었던 ‘The stealer’를 택했다. ‘Epic ver’이라는 부제에 맞게, 대면식 무대에서는 서사시다운 비장함이 느껴졌다. 더보이즈는 <왕좌의 게임>의 명대사인 ‘Winter is Coming’을 랩에 활용하여 고난 끝에 또 한 번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서사를 담아냈다. 선우가 랩을 할 때, 양쪽에서 등장하는 영훈과 주연의 손은 더보이즈만의 신선한 무대 연출을 또 한 번 기대하게 만들었다. 선우의 랩 파트 이후, ‘The stealer’에서 분위기가 반전되며 피아노 연주곡이 흘러나온다. 웅장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슬픔을 담고 있는 선율과 현대 무용 같은 안무가 조화를 이룬다. 바닥의 vcr은 눈이 쌓인 땅에서 점점 노란 꽃이 피어나는 장면을 담았는데, 차디찬 겨울을 딛고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서사가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표현된 부분이었다. 이때 흘러나오는 피아노 곡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킹덤 출연을 예고했던 2020 MAMA 'Triangular Fight'에서 주연의 독무대에 짧게 흘러나온 곡과 동일하다. 킹덤과 관련된 모든 무대를 잇겠다는 연출진의 의지와 방영 전부터 연결성을 만들어나가는 치밀함이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무대 말미, 지난 무대에서 왕의 캐릭터성을 대표해 온 멤버인 주연의 등 뒤로 해가 떠오르는 듯한 vcr이 나오며 뒤로 추락하는 장면, 그리고 화면에서 사라졌다가 가뿐하게 착지하여 멤버들과 함께 일어나는 장면은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 2화: 1차 경연 'No Air (A Song of Ice and Fire)'



하지만, 1차 경연은 이전에 더보이즈의 무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줬던 ‘왕위 탈환 서사’와는 조금 결이 달랐다. <로드 투 킹덤>에서는 곡의 컨셉을 해치치 않는 선에서 서사를 적절히 부여했다면, 킹덤에서 더보이즈의 1차 경연 무대는 이미 정해놓은 서사를 곡의 컨셉에 맞지 않게 강행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더보이즈의 역대 타이틀 곡 중 <왕좌의 게임> 서사를 활용할 수 있는 곡은 ‘Reveal’과 ‘The stealer’이다. 하지만 이미 두 곡은 앞선 <로드 투 킹덤>과 <킹덤>에서 경연 무대로 선보였던 곡이기에, 더보이즈는 1차 경연에서 그 다음으로 결이 맞는 ‘No air’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무대의 도입에서 나오는 수중촬영 vcr은 본래 ‘No air’의 뮤직 비디오를 연상시키며 그 감성을 이어가는 듯 보이지만, 곧이어 얼음으로 뒤덮이는 화면과 흩날리는 눈발 등은 다시 한번 더보이즈가 <왕좌의 게임>의 세계관을 차용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1차 경연의 부제 ’A Song of Ice and Fire’ 또한 <왕좌의 게임>의 원작 소설 제목이다. <왕좌의 게임>에서 불의 집안 타르가르옌과 얼음의 집안 스타크는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불의 집안인 여주인공과 얼음의 집안인 남자 주인공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더보이즈는 이러한 사랑 이야기를 이번 무대의 메인 테마로 삼아 애절함을 전달했고, 얼음과 불의 대비되는 상성을 강조하며 이러한 상징들을 지속적으로 그려낸다. 또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시청자의 입장에서 1인칭 시점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여자 댄서의 손을 활용하였다. 여자 댄서의 손이 멤버들과 손을 잡기도 하고, 얼굴을 어루만지기도 하면서 멤버들은 애절한 표정 연기를 이어나간다. 대면식 때 손 연출이 짧게 나왔다 사라지며 임팩트를 주었던 것과 달리, 1차 경연에서 등장하는 손은 스토리의 흐름을 이어가는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아무리 기발한 연출이라도 연달아 쓰였을 때 그 임팩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손은 계속해서 무대에 개입하여 오히려 몰입을 방해했다. 이후 선우가 줄 위에 매달려 있는 퍼포먼스는 위태로움을 넘어 위험해 보였으며, 흰 천을 배경으로 한 주연의 독무는 그 자체로는 멋있었으나 전체 무대와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느낌이 강했다. 무대장치는 <로드 투 킹덤>때 보다 더욱 현란해졌고, 퍼포먼스 또한 신선했으나,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 한 나머지 무대가 하나의 통일성을 갖추지 못한 느낌이었다.


서사를 과도하게 주입한 나머지 이전에 ‘No air’ 원곡이 지니고 있던 강점과 개성이 사라진 점도 아쉬웠다. ‘No air’는 촉촉하게 젖은 듯한 청량한 감성이 포인트인 곡으로 이를 방증하듯 컨셉 포토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에서도 물 속에 잠긴 멤버들의 모습이 반복해서 나온다. 우울한 듯하지만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은, 먹먹함이 담긴 원곡의 감정선을 <킹덤>에서는 놓쳐버린 것이다.

 

<로드 투 킹덤>의 서사가 더보이즈의 퍼포먼스를 더욱 빛낼 수 있었던 이유는 시청자들이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직관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킹덤>에서 활용하는 <왕좌의 게임>은 방대한 서사를 지닌 시리즈 8개의 드라마이다. 5분 남짓한 무대에서, 너무나 방대한 세계관의 도입은 무대에 온전히 스며들기 어렵고 시청자들은 그 서사를 따라가기 벅차다.


하지만 그동안 증명해온 것처럼 더보이즈는 스펙트럼 넓은 콘셉트 소화력과 뛰어난 퍼포먼스 등 강점이 많은 팀이다. <왕좌의 게임> 서사를 덜어내고 곡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콘셉트를 우선 순위로 하여 무대를 꾸민다면, 앞으로 남은 경연에서 더보이즈의 강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더보이즈가 사람들의 기대 섞인 부담감을 이겨내고,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킹덤>에서 또 한 번 레전드 무대를 갱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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