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ONE! 안녕하세요, EXO입니다.
엑소라는 그룹을 모를 수가 있을까? 5년 전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소리였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2023년, 케이팝의 전성기 그리고 아이돌 대홍수 시대에 11년 차 아이돌이 전성기의 기백을 유지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다. 엑소 역시 그랬다. 멤버들이 군 복무를 다녀오기 시작하고, 각자 개인 스케줄이 늘어감에 따라 존재감과 파급력이 시들해질 수밖에 없었다. 세대가 바뀌어가며 ‘그 엑소’를 모르는 세대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갈 때쯤, (느슨해진 케이팝씬에 긴장을 부르는) 엑소의 백현이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8명의 멤버 전원을 사회인으로 만날 수 있는 짧게나마 소중한 시간이 생긴 것이다.
아무리 시들해졌다지만, 한 세대를 풍미하고 주름잡던 가수 한 명쯤은 기억하기 마련이지 않은가.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같은 세대에 있었더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을 ‘EXO’라는 그룹의 기억을 다시 소환할 때가 온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에 엑소의 팬미팅, "EXO’ CLOCK"이 있다.
#1 설레는 시간 여행 준비
먼저 말해 두지만, 필자는 티켓팅을 보기 좋게 실패했다. 예상했던 시나리오였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창을 끌 새도 없이 재빠르게 양일 양도를 받았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실력이 안 되면 돈으로 해결하라!
티켓 확보 후, 편안해진 마음으로 현생을 살아가고 있으니 팬미팅의 꽃인 드레스코드 공지가 게재됐다. 팬들이 준비한 떼창 이벤트 공지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그쯤 되어서야 팬미팅에 가는 게 실감이 나더라. 부랴부랴 떼창 곡을 암기하고 팬미팅 드레스코드를 맞추려던 찰나, 방심할 새도 없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바로 공식 MD. 오프라인 행사라면 빠질 수 없는 '포카깡'(랜덤 포토카드에서 파생된 문화) 시간이 온 것이다. 엑소의 MD 상품은 다양하게 있었으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포춘 스크래치 포토카드’. 한 팩에 포토카드가 한 장씩 밖에 들어가 있지 않는 극악무도한 포토카드 팩이다. 한 술 더 떠, 2013년의 데이터인 으르렁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포토카드를 스페셜 카드로 내세웠다. (실제로 해당 포토카드는 현재 수십만 원의 시세를 호가하고 있다.) 필자는 한 팩 당 3,000원인 포토카드 팩을 무려 25팩이나 구매했는데도 으르렁 포토카드를 뽑지 못했다. 이것 또한 오프라인의 맛이겠거니… 대기업의 상술은 무섭다는 것을 다시금 체감했다.
앞서 말한 드레스코드 맞춤 상품도 있었다. 각 구역 색깔 별로 제작된 후드티로, 69,000원이라는 가격을 자랑한다. 가격만큼의 상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드레스코드 용이나 기념용으로는 메리트가 있을 것 같다. 물론, 필자는 동봉되는 포토카드 탓에 사지 않을 수 없었다.
#2 다시 돌아가는 시계, EXO의 "EXO’ CLOCK”
본격적으로 시간 여행을 시작해 보자. 사실 이번 11주년 팬미팅은 엑소엘들에게 의미가 아주 큰 행사이다. 지난 10주년 팬미팅에는 아쉽게도 전 멤버가 함께 하지 못 했고, 마지막 콘서트였던 ‘EXplOration dot’에서도 6인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약 5년 만의 완전체 행사였다. 오랜 시간 기다려 준 팬들과 완전체 엑소의 만남은 시작부터 서글프기 그지없었다. 공연 시작 직전, 체조 경기장 내에 울려 퍼지는 월광에 팬들 모두가 우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감정, 분위기도 5년 만에 맞는 것이었다. 오프닝 VCR과 무대들이 지나고 시작된 멤버들의 멘트 타임 또한 눈시울이 붉어지기 충분했다. 먼저 입을 뗀 수호의 눈이 촉촉해 보인 게 착각은 아니었으리라. 멤버들 왈, 시작부터 눈물을 보인 팬들도 있다고 하더라. 그 감정은 감히 뉴비에 불과한 내가 다 헤아릴 수 없을 듯했다.
많은 시간을 함께해 주고, 기다려 준 팬들에게 엑소는 시간 여행을 선물했다. 팬미팅인 만큼 게임이나 토크 타임이 빠질 수 없는데, 이를 시간 여행 테마로 구성한 것이다. 속절없이 지나가는 시간과 잊어 가는 기억 속에서 이러한 추억 공유는 엑소엘에게 가장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엑소와 엑소엘은 양일간 다양한 시간대를 넘나들었다. 멤버들이 함께하지 못했던 옵세션부터 전야, 으르렁, 럭키원 등 그간 활동들을 한 번씩 훑으며 추억을 공유하고, 그에 어울리는 게임 코너들을 즐겼다.
EXO’ CLOCK을 타고 날아간 으르렁 시간대에는 으르렁 고등학교에 입학한 엑소 멤버들을 볼 수 있었다. 교복을 입고 들어오는 멤버들에 팬들은 함성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 (교복 입은 오빠 = 진리) 각자 소개와 함께 소속된 동아리를 이야기하는데 필자는 최애인 디오의 영화 감상부에서 쓰러졌다. 제발 저도 들어가게 해주세요… 으르렁 고의 엑소는 체조경기장의 모든 엑소엘을 김여주로 만들어버렸다. 또, 요즘 고등학생에게 챌린지를 빼놓을 수 없지 않은가. 멤버 전부가 무한 챌린지 타임을 가졌다. 귀여워서 미안해 챌린지부터 하입보이, 00피스, 카이의 로버 챌린지까지. 추억 공유에서 멈추지 않고, 팬들의 니즈에 맞춘 코너들이 마련되어 있어서 특별한 공감대가 없더라도 좋아하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3 엑소가 말아주는 엑소가 아니면 안 된다고
엑소의 부재는 수많은 아이돌들의 커버 영상으로 대신 채워왔다. 오죽하면 엑소 커버는 엑소만 안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 그런 팬들에게 ‘진짜 엑소’는 그야말로 꿈만 같았다. 2023년에 으르렁을 추는 엑소라니. 여기가 2013년이 아니라고? 으르렁뿐만 아니었다. ‘나비소녀’, ‘럭키’, ‘너의 세상으로’와 같은 향수를 부르는 곡들은 듣기만 해도 만감이 교차했다. 오랜만에 나의 아이돌을 마주함과 동시에 흘러버린 시간, 세월, 그럼에도 함께하는 우리. 수년이 지나도 여전한 최애의 모습에 감동을 받는 팬들도 더러 있었다.
처음에 공개된 좌석표와 다르게 현장의 돌출 길이는 3층까지 올라와 있었다. 한층 넓어진 돌출 무대를 전부 돌아다니며 팬들과 더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눈을 마주치는 가운데, ‘같은 나라에 태어나서, 같은 언어로 말을 해서 참 다행이야. 참 행운이야’, ‘날 안내해 줘. 그대가 살고 있는 곳에 나도 함께 데려가 줘.’라고 건네오는 노랫말은 그간의 기다림과 그리움을 눈녹듯 사라지게 했다. 왜, 그런 곡들이 있지 않은가. 세월이 쌓일수록 아름다운 곡, 시간이 지나서 들었을 때 감동이 배가 되는 곡. 나에겐 엑소 노래가 그러했다.
이렇게 저항 없이 팝스 멜팅 녹아내려 있을 때, 메인 디시가 등장했다. 그 이름도 유명한 ‘LOVE ME RIGHT’. 남자 아이돌이라면 필수적으로 거치는 곡인 만큼, 원곡자의 공백에 팬들은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런 팬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당시 활동기 의상을 그대로 재현한 엑소가 LOVE ME RIGHT 특유의 신나는 전주와 함께 등장했다. 필자는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돌출에서 등장한 엑소를 보자마자 ‘이게 꿈인가?’ 라는 생각을 연신 했더란다. 아직도 생각만 하면 온몸에 전율이 돋는 기분이다. (실제로 해당 글을 쓰기 전에도 직캠을 찾아봤다. 요즘 힘들 때마다 보는 포션 1등.) 해당 무대가 공개되고, 온 SNS는 엑소의 LOVE ME RIGHT으로 도배됐다. 직캠과 영상이 수도 없이 떠돌아다니고, 실시간 트렌드 또한 장악했다. 같은 시간, 같은 것을 보고 느꼈던 대중이 반응한 것이다. 한 세대를 풍미한 아이돌이란 이런 것일까? 과거의 무대를 재현하기만 해도 모두가 반응하는. 그 순간 정말 2015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역시 원조는 원조. 클래식 이즈 베스트.
이렇듯 엑소의 시간 여행, EXO’ CLOCK은 2012년 4월 8일부터 돌고 돌아 2023년의 4월 8일에 도착했다. 그렇게 도착한 현재에서 보여준 곡은 바로 미발매 곡인 ‘Let Me In’. 바다를 배경으로 한 VCR이 LED 스크린을 통해 재생되고, 상대를 바다로 비유해 ‘네 품 속을 떠다니고 싶다’는 내용의 가사가 울려 퍼졌다. 엑소 특유의 절절한 사랑이 가득 묻어 있는 곡인 것 같아 벌써부터 발매를 기다리고 있다. 사랑에 소홀해진 케이팝씬에 엑소의 순애보식 사랑 노래는 그야말로 폭탄이 다름없을 테니.
사실 나는 엑소의 오래된 팬도 아니고, 어쩌다 보니 벼락같이 좋아하게 되어 팬미팅까지 이끌려왔다. 이렇다 하게 바라는 점이라거나 보고 싶던 게 없던 나인데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즐겼다. 이전에도 엑소 콘서트에 대한 자자한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팬미팅마저 이렇게 꽉꽉 채운 구성이라니. 구성과 기획에 1차로 놀랐던 공연이었다. 여기에 멤버들의 진행력과 팬 서비스도 한몫했다. 11년 차의 연륜답게 매끄러운 진행과 여전히 다정한 눈빛들. 이번 팬미팅으로 엑소가 왜 한 세대를 풍미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팬미팅에서 한 스포에 따르면 엑소는 올 4월 말 뮤직비디오 촬영에 들어간다. 뮤직비디오를 한 개 이상 촬영하며, 그 스케일도 남다를 것이다. 팬미팅에서부터 찬찬히 빌드업 된 엑소를 향한 기대감이 컴백까지 이어지길 바라며, 올해 엑소의 향후 활동에 많은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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