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과정에서부터 큰 화제성을 가져온 MBC <놀면 뭐하니?>의 혼성그룹 프로젝트 ‘싹쓰리(SSAK3)’가 오는 7월 25일 데뷔한다. 싹쓰리는 각 분야의 슈퍼스타인 유재석, 이효리, 비가 뭉친 혼성그룹으로 각자 유두래곤, 린다G, 비룡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한다. 싹쓰리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팀명과 멤버들의 예명을 정하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노래를 선정하는 과정 등을 방송에 담아 앨범의 제작 과정을 시청자들과 함께하며 데뷔를 준비해 갔다.
싹쓰리가 많은 화제가 되는 것에는 현재 ‘깡’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와 연예인들의 연예인인 이효리의 만남, 그리고 세 멤버가 뿜어내는 미친 예능감과 케미 등 많은 이유가 있지만, 필자는 싹쓰리가 가져올 ‘혼성그룹 음악’이 가장 기대된다.
혼성그룹이 사라진 이유
90년대는 혼성그룹의 전성시대였다. 룰라, 영턱스클럽, 샵(S#arp), 코요태 등 수많은 혼성그룹들이 90년대 특유의 신나는 분위기의 노래들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특히 쿨은 ‘해변의 여인’, ‘Jumpo mambo’, ‘애상’ 등의 여름 노래들을 통해 90년대 대표 여름 노래 그룹으로 자리 잡으며 현재까지도 여름 하면 생각나는 그룹으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90년대에 많은 사랑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혼성그룹은 2000년대부터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룰라와 브로스의 멤버이자 프로듀서였던 이상민은 이에 대해 <놀면 뭐하니?>에서 “90년대의 대중음악이 음반 호황기였던 반면 2000년대부터는 팬덤 중심 문화로 바뀌면서 남녀노소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던 혼성그룹의 수익 창출이 어려워졌다. 현재는 혼성그룹을 컬래버레이션이 대체된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혼성그룹 시장의 침체 이유를 분석했다.
2000년대 이후 데뷔한 혼성그룹은 악동뮤지션, 어반자카파, 써니힐, 남녀공학, KARD 정도가 있지만, 혼성 댄스 아이돌 그룹이라고 부를만한 그룹은 남녀공학과 KARD뿐이다. 남녀공학은 멤버 열혈강호의 범죄로 활동이 중단되며 혼성그룹의 실패 사례로 남았다. 결국 현재 활동 중인 혼성 댄스 그룹은 1998년부터 활동해 온 코요태와 2017년에 데뷔한 KARD뿐이다. 혼성그룹 전멸의 시대에 데뷔한 KARD는 어떤 그룹일까? 필자는 혼성그룹의 불모지인 현재 k-pop 시장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KARD에게 화제성 높은 싹쓰리가 줄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KARD는 그동안 왜 HiDden되었는가?
KARD는 DSP 미디어 소속의 4인조 혼성그룹으로 국내보단 해외에서 많이 알려져 있다. 2016년 12월 ‘프리 데뷔 프로젝트’를 통해 공개되었으며, 프리 데뷔곡 <Oh NaNa>, <Don’t recall>, <Rumor> 세 곡이 해외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정식 데뷔 전 캐나다, 미국, 브라질, 멕시코 4개국 투어 공연을 개최했다. KARD는 2017년 7월 정식 데뷔 후에도 남미, 유럽 등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데뷔 때부터 뭄바톤 장르의 음악을 고집해 ‘뭄바톤 장인’으로도 불린다. 현재 멤버 전지우는 Mnet <GOOD GIRL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에 출연하며 화제성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바닥인 상태이다. 아마 <놀면 뭐하니?>에서 혼성그룹 이야기를 할 때 KARD라는 그룹이 있다는 걸 처음 안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필자는 KARD의 국내 성적 부진의 원인을 국내 활동보다도 치중된 해외 투어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뿐만 아닌 문제점들이 존재했다.
KARD 멤버 전지우는 <Dumb Litty>로 컴백하기 전인 작년 8월 브이앱에서 혼성그룹 활동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기에 등 떠밀려 내는 음악보다는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 많은 작곡가 피디님들은 혼성 그룹 노래를 쓰지 않는다. 항상 곡을 받을 때 ‘카드에 대한 곡을 써주세요’라고 의뢰하면 그때야 그분들은 저희를 보고 곡을 써주시는데 어렵다고 하신다.
회사에 대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회사 모든 분들은 저희를 위해 많이 노력해 주시고 모험과 시도를 많이 하신다. 혼성그룹이라는 자체만으로 위험하고 굉장한 모험이다."
KARD의 국내 활동이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국내 혼성그룹의 시장 자체가 너무나 좁기 때문이다. 혼성그룹이 고려되지 않는 현실은 혼성 부문을 찾기 힘든 음악 시상식만 봐도 알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남녀로 양분화된 k-pop 시장에서 혼성그룹은 좋은 퀄리티의 곡을 뽑는 것조차 타 아이돌보다 어려워졌다.
다시 돌아온 혼성그룹
다양성이 사라진 k-pop 시장에 혼성그룹들이 다시금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싹쓰리뿐만 아니라 추억의 90년대 혼성그룹인 자자(ZAZA), 그리고 90년대 혼성그룹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국내 최장수 혼성그룹 코요태(KYT)도 돌아왔다.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3>를 통해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자자는 5월 9일 ‘우리, 함께’라는 곡을 통해 재결합하여 음원을 발매했다. 코요태는 6월 20일 레트로 댄스 트로트 ‘히트다 히트’를 발매하며 1년 4개월 만에 컴백했다.
다시금 등장한 90년대 혼성그룹들과 싹쓰리(SSAK3)의 흥행이 새로운 혼성그룹의 붐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싹쓰리는 각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재석과 이효리, 비의 만남이기에 조합 자체만으로도 화제성이 보장된다.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수많은 곡들 중 직접 선별한 곡들의 퀄리티 또한 좋을 것이다. 게다가 90년대 여름 노래를 컨셉으로 잡았기 때문에 이를 그리워하는 넓은 연령층의 리스너들이 대기 중이다. 싹쓰리의 흥행은 그들의 존재에서부터 예상할 수 있다. 이들의 흥행이 결코 자신들만의 색깔이 뚜렷한 KARD에게 그대로 이어질 순 없다. 90년대 음악을 찾은 사람들이 같은 혼성그룹이라고 갑자기 뭄바톤의 힙합을 듣긴 어려울 테니까.
하지만 싹쓰리의 파급력을 통해 혼성그룹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넓힐 수는 있다. 사실 KARD의 부진 이유 중에는 미흡한 홍보의 이유도 있다. 활동과 홍보가 적으니 대중이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싹쓰리가 등장한 이번 기회가 KARD가 놓치고 있던 대중성을 확보하고, 활발히 활동할 수 있을 만큼 국내 혼성그룹의 시장이 넓어질 수 있는, 결과적으로 또 다른 다양한 혼성그룹들이 탄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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