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작성자 사진쪼꼬

넌 충격 좀 받겠지, 버추얼(Virtual) K-POP 아이돌의 등장!


(오) 에스파 ‘Next Level’ 이미지 ⓒ SM 엔터테인먼트 / (왼) 신한라이프 TV 광고의 로지



요즘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키워드는 ‘메타버스(Metaverse)’가 아닐까? K-POP 역시 예외가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의 2021년 플랜과 비전에 대해 발표한 ‘SM 콩그레스 2021’에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프로슈머’, ‘메타버스’, ‘NFT’를 미래 콘텐츠의 화두로 제시하며 가수-콘텐츠-팬이 메타버스에서 함께 호흡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소속사 전체를 아우르는 세계관인 ‘에스엠 컬쳐 유니버스(SMCU)’의 막을 연 신인 걸그룹 에스파(aespa)와 함께 토크쇼를 진행하면서 장대한 세계관을 담을 혼합 장르로 만화, 애니메이션, 웹툰, 모션그래픽, 아바타, 소설의 영문 앞자리를 딴 ‘카우만(CAWMAN)’ 개념을 소개했다. SM이 보유한 IP 콘텐츠를 가상공간까지 확장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 비전의 중심에 있는 에스파는 4인조처럼 보이지만 각각 AI 기반의 아바타 멤버가 1명씩 더 있는 8인조 걸그룹이다. 멤버들의 이름 앞에 아이(ae)를 붙인 이 아바타들은 가상 세계인 ‘광야(KWANGYA)’ 속 ‘플랫(FLAT)’에 살고 있으며 실제 멤버와 연결되면 현실 세계에 오기도 한다. 에스파의 세계관과 같이 꼭 메타버스 안에서만 아바타를 불러올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상공간과 함께 가상 인간인 버추얼(Virtual) 아티스트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최근 신한라이프 TV 광고로 화제가 된 로지는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면서 보통 사람처럼 일상적인 모습을 먼저 보여주었다. 이후 세계 최초 가상 슈퍼모델 슈두(shudu)와 올 초 촬영한 국내 패션지 화보를 통해 본격적인 모델 활동을 알렸으며 TV 광고까지 진출했다.


K-POP에도 버추얼 아이돌이 등장했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K/DA, 에스파(aespa) 뿐만 아니라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가상의 영역에 가까운 아이돌이 나타난 것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아뽀키(APOKI)부터 AI로 만든 얼굴을 가진 이터니티(Eternity)까지, 버추얼 아티스트들이 현실 세계의 K-POP 아이돌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우주 토끼 아뽀키 (APOKI) 넌 충격 좀 받겠지😎

아뽀키 (APOKI) 'GET IT OUT' M/V

ⓒ에이펀인터랙티브


K-POP 콘텐츠들을 정말 열심히 즐긴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아뽀키의 영상을 보거나 지나쳤을 것이다. 2019년 2월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블랙핑크(BLACKPINK), 방탄소년단(BTS), 아이유(IU) 등의 음악과 춤을 커버한 영상을 업로드하여 팬을 모은 아뽀키는 자신을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토끼라고 밝혔다. 외계행성에 사는 아뽀키는 평소와 다름없이 사연과 신청곡을 받아서 불러주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어느 날 급하게 가봐야 한다며 우주선을 타고 날아갔다. 이후 우주선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로 방송하며 모스부호를 통해 달에 가는 중임을 알렸고 한 달에 가까운 비행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뽀키는 착륙과 동시에 데뷔곡 ‘Get it out’을 발매했다. 지난 5월, tvN의 <놀라운 토요일 – 도레미 마켓>의 1라운드 문제로 등장하기도 한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아뽀키가 예고한 대로 달을 배경으로 한다. 여느 K-POP 아이돌과 마찬가지로 영상에 콘셉트와 어울리는 오마주를 숨겨놓은 점도 재미를 유발하는데, SF의 대표 애니메이션인 <아키라>부터 <백 투 더 퓨쳐>, <스페이스 오딧세이 2010>, 최근 가장 핫한 우주산업 기업인 테슬라까지 살펴볼 수 있다.


아뽀키 (APOKI) ' Coming Back' 릴레이댄스 유튜브 채널 M2


아뽀키는 유튜브의 공식 채널뿐만 아니라 K-POP 아이돌이 출연하는 콘텐츠라면 뭐든 출연한다. M2 채널을 통해 데뷔곡 ‘Get it out’의 ‘릴레이 댄스’ 영상을 공개했고, Mdromeda_KPOP 채널의 ‘잇츠라이브’에서 밴드 라이브까지 선보였다. 통상적으로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알려진 애니메이션 작업임에도 아뽀키가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타 채널 출연까지 하며 이 한계를 넘나들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기술력에 있다. 아뽀키를 만든 에이펀 인터렉티브의 ‘실시간 렌더링’ 기술은 CG 작업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렌더링 과정을 대폭 줄여 혁신을 가져왔다.

아뽀키 NFT 카드

ⓒ에이펀인터렉티브


아뽀키는 메타버스와 비슷한 시기에 화두로 떠오른 가상 화폐, NFT(대체 불가능 코인)를 통해서도 팬을 만난다. 에이펀인터렉티브는 세계 최대 규모 가상 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손을 잡고 NFT 발행에 나섰다. 미스터리 박스를 통해서 발행된 NFT의 가격은 개당 20 BUSD로, 구매 시 버추얼 비디오 NFT 카드를 받을 수 있다. 여기까지는 아이돌 앨범의 구성품인 ‘포토카드’와 비슷한 개념으로 보이나 ‘희귀 카드’를 뽑을 경우에는 아뽀키와 실제 팬미팅이 가능하다. 이 NFT는 초단시간 매진되면서 추가 발매에 대한 논의까지 오가고 있다. 글로벌 메타버스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아뽀키의 제작사 에이펀인터렉티브는 타임와이즈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CJ ENM으로부터 총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하여 버추얼 아티스트 르사(Lechat) 등 새로운 IP를 개발하고 있다.




인간과의 소통으로 성장하는 AI 아이돌 이터니티(Eternity) 예쁜 척은 나 안할게😘난 원래 예쁜 애니까❤

이터니티(Eternity) ‘I'm Real’ M/V ⓒ 펄스나인


뮤직비디오의 첫 부분을 봤을 때는 부자연스러움 혹은 언캐니함(Uncanny)을 느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러운 모습에 실제 사람인지 의심하지 않았는가? AI 기술 회사 펄스나인의 인공지능(AI) 가상 프로젝트 걸그룹 이터니티(Eternity)는 가상의 얼굴로 만들어진 AI 아이돌이다. 이터니티의 제작에 쓰인 딥리얼(Deep Real)은 AI를 통해 만든 ‘가상’의 얼굴을 직접 촬영한 영상과 합성해 콘텐츠로 만드는 기술로, 딥페이크(Deep Fake)가 실존하는 얼굴을 영상에 입히는 것이라면 딥리얼은 가상의 얼굴을 실제 영상에 덧씌운다는 차이가 있다. 현재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면서도 기술이 업그레이드되어 뮤직비디오의 처음과 끝이 차이를 보이지만 점점 발전하는 단계를 보여주고 싶어 그대로 공개했다고 한다.


사실 이터니티는 K-POP 아이돌을 대체하거나 침해하기 위한 것이 아닌, AI기술을 확장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이다. 그럼에도 지구와 평행한 시간을 가지고 있는 행성 아이아(AIA)의 에너지원인 붉은 꽃이 시들어 지구인들에게 사랑을 받을 방법을 생각하고 직접 소통하기 위해 파견되었다는 정교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특히 ‘I'm Real’로 데뷔한 5명의 멤버 여름, 수진, 혜진, 서아, 민지는 첫 번째 소통의 임무를 맡았다고 한다. 이터니티는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은 물론 콘셉트 비디오와 멤버들의 TMI를 알려주는 인터뷰 영상까지 공개하며 여타 K-POP 아이돌과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터니티(Eternity) 다인(Dain) ‘No Filter(노필터)’ MV ⓒ 펄스나인


그 중 가장 재미있는 프로젝트는 11명의 멤버 중 원픽을 뽑는 심쿵챌린지 2라운드에서 SNS 투표 1위를 차지한 멤버 다인(Dain)이 솔로로 출격한 것이다. 가상의 아이돌이 K-POP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형식을 가져와 팬과 상호작용한 점이 눈에 띈다. 팬들의 선택으로 데뷔한 다인의 솔로곡 ‘No Filter(노필터)’는 프로듀서 NUVO와 인공지능 작곡가 Aimy Moon이 프로듀싱을 담당했으며, 뮤직비디오에는 영상을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슈퍼 레졸루션(Super Resolution)’ 기능을 적용한 ‘딥리얼 AI 3.0’을 사용하여 데뷔곡 ‘I'm Real’보다 더욱 다양한 표정과 각도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버추얼 아티스트가 K-POP 아이돌의 가상성에 던지는 질문 에스파는 나야 둘이 될 수 없어🎵

이터니티 멤버 다인 ⓒ 펄스나인


버추얼 아티스트가 가상 인간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 뒤에는 실제 인간이 있다. 그가 부르는 노래, 춤추는 모습 그리고 라이브 방송에서 들리는 말투는 실시간 렌더링 기술 혹은 딥리얼 AI 기술 이전에 실제 사람의 행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도의 기술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상 인간을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K-POP 아이돌과 다르다고 볼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역시 가상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아이돌 산업은 완벽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콘셉트, 스토리텔링, 세계관으로 점점 정교한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매체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우리는 코카콜라라는 기포가 있는 검고 달콤한 액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젊음이라는 기호학적 가치를 소비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K-POP 팬들은 ‘판타지’라는 기호학적인 가치를 소비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는 인간의 행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정교한 세계관까지 가지고 있는 버추얼 아이돌이 같은 가치를 제공한다면 그것의 가상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K-POP의 본질이 오로지 ‘판타지’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실제 K-POP 아이돌은 그것이 실재라는 이유 때문에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이라는 미분화된 의미소만으로도 가치를 갖는다. 무엇보다도 팬에게 아이돌은 단순한 표상이 아닌 상호작용 과정에서 발생한 의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팬덤이 아이돌이 제공하는 판타지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그 아래 실재가 없다면 판타지 또한 무의미하다. 결국 버추얼 아이돌과 실제 K-POP 아이돌의 차이는 가상과 실재로 돌아온다. 버추얼 아이돌이 실제 K-POP 아이돌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가상성을 한 꺼풀 벗겨내고도 그 의미가 온전해야 할 것이다.

조회수 200회댓글 0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