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박애주의자’인 만큼, 이 세상의 아이돌들을 거의 다 좋아한다. 어떤 사람은 노래를 정말 감동적이게 잘 불러서, 어떤 사람은 춤을 홀릴 듯이 잘 춰서, 또 어떤 사람은 사람 자체가 좋아 보여서 등등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한 아이돌을 파기에는 세상에 멋진 사람이 많다.’ 라는 나의 지론을 충실하게 따르는 덕질 라이프인데, 파는 대상이 많은 만큼 신경 쓰는 곳도 많고 마상 (=마음의 상처)을 입을 때도 꽤 있다. (다만 마상의 경우 그다지 심각하게 입는 편이 아니다.) 내가 이런 ‘잡덕’스러운 덕질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사람이다. 그 전까지는 무한하다는 뜻을 가진 아이돌의 군무에 열광하던 내가, 뮤지컬까지 파게 된 계기 말이다.
사실 이전 그룹에 있을 때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바로 뮤지컬 ‘엘리자벳’의 프레스콜 영상이었다. 빨간 머리에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이 올라와서 노래를 감정이 터질 듯이 부르는데, 5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넋을 놓고 봤다. 영상이 끝나자마자 계속 돌려 봤는데, 그날 이후로 이 사람이 궁금해져서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을 다 뒤져봤다. 전설로 불리는 도쿄돔 라이브, 다른 커버곡들, 솔로곡들을 들어보면서 차곡차곡 팬심을 쌓았는데, 지금까지 덕질을 하고 있는 아이돌들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로 천천히 팬이 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보통은 ‘폴인럽’ 하는 순간에 미친 듯이 예전 자료를 찾아보곤 하는데, 예외적으로 이 경우에는 속도가 느렸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인지 아직도 보지 못한 영상들이 한 무더기다.
팬이 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그전까지는 어지간하게 성적이 나왔기 때문에 비슷하게 나올 줄 알았던 첫 시험에서 속된 말로 ‘폭망’을 했던 적이 있다. 난생 처음 받아보는 점수에 시험을 본 당사자인 나는 물론이고 부모님도 적지 않게 놀라셨는데, 첫 시험인 만큼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성적이 나오지 않아 혼자서 끙끙 앓았었다. 그때 바로 이 노래가 나왔는데, 거기에 더해 컴백을 하면서 ‘스페이스 공감’에서 라이브를 했었다. 앨범이 처음 나왔을 때도 이 노래를 정말 좋아했었지만, 무엇보다도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는 희망적인 가사가 당시에 힘들었던 나를 많이 위로해주었다. 오랜 시간을 견뎌내야 아름답게 날아오르는 나비가 될 수 있다는 흔한 말이 막상 그렇게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나에게 일종의 등불과 같은 희망을 주었었다. 이후에 공부하면서 힘들 때마다 이 노래를 들었었고, 1학년 때 음악 수행평가였던 ‘노래 소개하기’ 발표에서 이 노래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만큼 나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노래인데, 전화위복으로 다음 시험부터는 그래도 괜찮게 봤다, 싶은 점수들이 나올 수 있었다.
이제는 아이돌이라고 부르기엔 낯선 이름이 되었지만,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우상을 뜻하듯이, 그 때의 내 우상이 나에게 많은 힘과 위로를 주었다는 점에서 이 노래를 추천한다. 그리고 연말엔 전역 후 첫 뮤지컬 티켓팅에 꼭 성공해서 즐겁게 보러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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