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WANNA ONE - 너의 이름을’
기억할게. 너의 모든 순간을. 너의 모든 시간을.

가끔 내 이름을 입 속에서 굴려 볼 때면 괜히 미묘한 감정이 들 때가 있다. 모든 사람이 ‘나’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기도 하고, 나를 대표하는 대푯값 (과외를 하다 보니 수학에 나오는 말들을 많이 쓰게 된다.)임이 분명한데, 가장 익숙하면서도 가장 낯설다. 사실, 예전엔 왜 이게 내 이름일까, 나는 더 마음에 드는 이름이 있는데. 라면서 스스로의 이름을 부정하고 잠들기 전 상상의 나래 속 나를 다른 이름으로 칭했었다. 불과 1~2년 전에도 그랬는데, 마치 내 안에 두 개의 자아가 헤엄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수 만 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내게 이름의 의미가 나를 정의하는 것과 동시에 세상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라는 것이다.
이렇듯 스스로 이름을 발음하는 것에 있어서는 오묘한 스탠스를 취하는 나이지만, 다른 사람이 내 이름을 불러 줄 때면 반가우면서도 가끔은 울컥, 하고 다시 되뇌어 볼 때가 있다. 아, 내 이름이 이만큼 어여쁘고 맑게 들릴 수도 있구나. 그것을 깨닫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해준다는 것은 존재의 이유를 찾는 것을 넘어서 행복에 젖도록 한다는 것. 입술을 오므리고, 펴는 걸 반복하는 그 행위는 결국 공기 중에 흩어져 사라지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에 대해 계속 해서 흔적을 남기려고 노력하는 것.
요즘 따라 팬의 입장에 서 있는 나와 아이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항상 이 노래를 듣게 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작년 한 해에만 수 십 개의 그룹이 데뷔했고, 그 중 나 같은 덕후가 기억하는 그룹은 반 정도, 대중이 기억하는 그룹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만큼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은 오늘도 어디선가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면서 멋진 무대를 꾸몄을 것이다. 이토록 절실한 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기억하려 꾸준히 기사들을 찾아보고 노래를 들어보는 나이지만, 마치 인어공주의 물거품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이름들이 많다. 누군가에게는 가장 소중했을 이름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특히 추억을 떠나보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말이다.
워너원의 활동도 서서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훗날 언젠가 헤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소중했던 순간과, 마음과, 꿈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팬들도, 워너원 멤버들도 말이다. 현실에 치여 힘이 드는 순간, 마음이 무너져 슬픈 순간에는 가장 기뻤던 때를 떠올리며 이름을 불러보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쁨이 넘치는 순간, 세상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것 같은 순간에는 가장 빛났던 때를 떠올리며 이름을 불러보자. 결코 꿈을 꾼 게 아니었던, 온 세상이 서로로 물들어서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