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오마이걸 – 한 발짝 두 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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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프로듀스 101 시즌1’이 끝날 즈음이었다. 학창시절의 마지막을 공부와 함께 불 태운 시즌2만큼은 아니었지만 과연 누가 데뷔를 할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는데, ‘누가 참가했고 누가 인기가 많다더라~’ 정도만 알던 내가 필을 딱, 하고 꽂은 곡이 바로 ‘같은 곳에서’였다. 전주가 흐르던 순간부터 ‘아…! 내가 이제까지 이런 노래를 찾고 있었지…!’ 라는 사명감 비스무리한 생각과 함께 이런 띵곡을 부른 참가자는 누구이며, 아련미 터지는 가사와 멜로디는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해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을 진영(B1A4)이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잘 자요 굿나잇’ 같은 노래 정도만 알고 있었던 과거의 나를 원망했다. ‘이런 것도 만들 줄 알잖아!!’
그렇게 ‘갓’진영의 다른 노래들을 찾던 중, 오마이걸의 노래도 만들었다는 걸 알고 그 노래를 찾기 위해 음원 사이트에 들어갔다. 오마이걸을 검색창에 치고 쭉, 내리니 “갓진영 사랑해요ㅠㅠ” “진영 진짜 능력자네” “좋은 건 나눠야함” 등등 진영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그냥 거의 확실한) 노래를 찾았다. 그리고 노래를 듣고 나서 또 한 번 속으로 외쳤다. “이것도 좋잖아!!”
사실 그때까지 오마이걸 노래라고 하면 ‘CUPID’ 같이 깜찍하거나 ‘LIAR LIAR’와 같이 청량청순미 낭낭한 노래들 위주로 알고 있었기에 진영이 만들었다는 이 노래도 그런 느낌일 줄 알았더니, 이게 웬걸. ‘같은 곳에서’ 만큼, 아니, 오히려 이것보다 더한 아련함을 가진 노래였다. 항상 글마다 강조하지만 문과생이었던 나는 멜로디만큼이나 가사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한 발짝 두 발짝’에도 그런 포인트가 여러 군데 있었다. 그 중 하나를 꼽아보자면,
“네가 한 발짝 두 발짝 다가오면 난 그대로 서 있을게 우리의 사랑이 빠르게 느껴지지 않게”
평소에 “드라마 속 한 장면을 구상하세요,”라는 지령이 떨어지면 비 오는 날 기찻길 신호등 앞에서 서로 바라보기만 한다거나,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멀찌감치 멈춰 서서 바라보는 장면 같은 아련함이 가득한 것들 위주로 구상하는 나에게는 이 노래가 그 장면들의 BGM이 되기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면서 발걸음을 사랑의 속도에 비유한 이 구절은 상대에게 다가선다기 보다는 오히려 그대로 멈춘 듯한 인상을 주는데, 이런 것이 곡의 분위기를 한 층 더 깊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이 곡을 처음 들은 것도 여름 밤이었고, 다시 듣고 있는 지금도 여름을 지나가는 중이다. 어떤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계절과 날씨를 항상 기억하는 나는 그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다시 노래를 꺼내곤 한다. 여름은 충분히 익어가고 있고, 해가 짧아진 시간을 더 채우기 위해 밤도 깊어지고 있다. 온도로 비유하자면 차가움과 뜨거움, 그 사이 어딘가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이 노래를 반복하는 때가 돌아온 것이다. 같은 노래여도, 이 시간에 듣는 이 노래가 유달리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