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보다 받고 싶은 선물이 넘쳐나는 시대에 꽃은 어쩌면 조금은 철 지난 감성을 간직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특별한 날이면 꽃을 가장 먼저 찾는다. 꽃은 후각적으로, 시각적으로 만족감을 주기도 하며, 문학, 예술 작품 속에서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꽃에 비유했기 때문에 낭만적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꽃이 주는 메세지에도 주목해보고자 한다.
졸업식에서 안겨주는 프리지아, 연인에게 주는 붉은 장미 한 송이, 부모님께 달아드리는 빨간 카네이션을 통해 다들 한 번쯤 꽃말을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꽃말은 말로 직접 하기에 부끄러운 표현들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꽃의 낭만을 극대화한다. 서정적인 문장과 단어를 한 송이 꽃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꽃말은 꽤 매력적이다.
이런 매력적인 속성을 가진 꽃말을 가사와 컨셉에 사용한 아이돌이 있다. 사랑뿐 아니라 다양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꽃말의 감성을 알아보자.
※ 꽃은 색깔, 국적에 따라 여러가지 꽃말을 가질 수 있습니다. ※
1. (여자)아이들의 <DAHLIA>
©음원사이트 ‘지니뮤직’
‘My love is Dahlia, Our love is Dahlia 너란 꽃에 취해버린 내게 No matter what they say
I’ll choose to love you anyway Cuz you’re my Dahlia’
(여자)아이들의 미니 4집 [I burn]에 수록된 <DAHLIA>에는 제목과 가사에 직접 다알리아가 언급되고 있다. <DAHLIA>의 멜로디와 가사는 흔히 ‘꽃’하면 생각나는 이미지와 달리 아련하고 순수하지만은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DAHLIA>는 타이틀 곡으로 선정되지는 않았으나, 꽃이라는 매개체를 (여자)아이들의 정체성 답게 마냥 여린 이미지로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청자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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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속에 가려진 활짝 핀 미소 뒤에 감춰둔 네 모습은 보이는 것처럼 예쁠까’
‘믿지 마요 Dahlia 위험해요 Darling 나 혼자 간직한 채로 널 보고 싶어’
‘붉은 향에 취한 걸음을 단 한 번 멈칫 없이 달려가는 중이야
별빛처럼 노란 품에 점점 짙어지는 사랑의 컬러’
다알리아의 꽃말은 ‘변덕’, ‘불안정’, ‘정열’, 그리고 ‘화려함’이다. 다알리아는 다양한 색에 따라 다른 꽃말을 갖기도 하는데, 특히 붉은 다알리아는 ‘당신의 사랑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풍성한 다알리아처럼 화려한 겉모습 안에 감춰진 속은 알 수 없다. 그 아름다운 생김새에 반해 그 속을 궁금해하는 가사는 몽환적인 멜로디와 만나 곡의 몰입도를 한층 더 높인다. 사랑에 취해 이 감정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헤어나오지 못한 채 매료된 모습이 다알리아의 꽃말처럼 정열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빠져드는 모습이 불안정해 보이면서도 붉은 다알리아로 표현되는 사랑이 가사 속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에 빠진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있는 듯하다.
2. 원어스의 <쉽게 쓰여진 노래>
©음원사이트 ‘지니뮤직’
원어스의 첫번째 싱글 앨범 [IN ITS TIME]의 타이틀곡 <쉽게 쓰여진 노래>의 가사에는 꽃이 등장하지 않는다. 시선이 갔던 곳은 앨범아트와 뮤직비디오였다. 앨범 표지에는 프리지아 삽화가 그려졌고 뮤직비디오에는 멤버별로 상징이 다른 6가지 꽃 (델피늄, 아스트로메리아, 흰 국화, 톱꽃, 홍화, 원츄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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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스는 유튜브 채널 M2의 [출발! 뮤직비디오 여행]을 통해 앨범 표지의 프리지아가 앨범 전체를 상징하는 컨셉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연을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는 멤버 별로 이별 후 아픔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모습을 담았다. 원어스 멤버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 앨범의 매개체는 꽃으로, 뮤직비디오는 멤버들이 이별한 마음을 각자의 이미지에 맞는 꽃을 통해 극복하고 슬픔을 해소하는 모습을 담았다고 한다. 프리지아는 ‘당신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져, 끝마침을 축하하고 이어지는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졸업식에 자주 선물하는 꽃이다. 꽃에 이별 후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원어스의 앨범 의도에 프리지아가 잘 어울린다.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서 하나씩 적다 보니 가사가 되었어
헤어짐보다 더 아픈 그리움으로 널 생각하며 쉽게 쓰여진 노래’
‘아주 가끔씩 내 생각 떠오르면 이 노래를 들어줄래’
‘혹시 어디서 이 노래를 듣고 있을까 널 생각하며 쉽게 쓰여진 노래’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프리지아의 메시지와는 반대로, <쉽게 쓰여진 노래>의 가사에는 사실 아직 상대를 잊지 못한 흔적이 가득하다. 앨범 표지의 프리지아와 역설적인 가사가 이 노래의 서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가사로 추억을 마무리하고 발걸음을 뗄 수 있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쉽게 쓰여진 노래> 속 화자에게 프리지아를 전해주고 싶다.
3. 데이식스의 <Sing Me>
©음원사이트 ‘지니뮤직’
데이식스의 두번째 미니앨범 [DAYDREAM]에 수록된 <Sing Me>는 <Sing Me>라는 이 노래 자체, 혹은 ‘데이식스’라는 팀 자체가 화자가 되어 부르는 것처럼 들리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가사 속에 등장하는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마세요’이다. 노래 전체에서 ‘절대로 날 잊지 말아줘’를 반복 배치해 물망초의 꽃말을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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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항상 여기 이 자리에 가만히 너만을 기다릴게’
‘절대로 날 잊지 말아줘 간직해줘 네가 날 느낄 수 있게
나를 불러줘 기억해줘 내가 더 영원할수 있게’
‘내 진심을 바쳐 전해줄게 한 송이의 물망초’
‘(한 번만 더) 너만이 날 기억해준다면 (날 불러줘) 난 여기 서있을게 영원히’
밝고 신나는 멜로디지만 가사는 어딘가 아련하게 들리기도 한다. 아무리 좋아했던 노래라도 새로운 노래가 매일같이 쏟아지는 요즘에는 한 노래를 10년, 20년이 지날 때 까지도 꾸준히 듣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몇 년 후에도 기억날 것 같은 노래를 부르는 건 아이돌로서 성공적인 일이다. 이런 시대에서 <Sing Me>의 나를 기억해주고 불러 달라는 가사는 오랫동안 이 노래와 함께 데이식스를 기억해 달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말은 이별 상황에서 하기 쉬운 말이지만, <Sing Me>는 노래와 가사속 화자가 결합되어 사랑과 이별이라는 흔한 주제에서 조금 벗어나게 된다. ‘잊지 말고 불러 달라’고 노래하지만,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을 잊지 말아 달라는 슬픈 내용은 아니다. 나를 불러준다면 언제든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희망적인 가사를 통해 먼 미래에도 팀과 노래를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꽃말을 이용한 아이돌의 노래와 컨셉 3가지를 살펴보았다. 어떤 상징을 이용하든,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것은 아이돌 컨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꽃은 촬영 등에서 좋은 소품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위에서 살펴보았듯 오브제로서 가사나 컨셉 속에 담긴 의미를 함축하기도 한다. 요즘 날씨처럼 따뜻한 봄에 어울리는 꽃을 이용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는 아이돌 노래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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