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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걱정, 두 갈래 사이 : 로드 투 킹덤 EP.0

3월 30일, 엠넷의 유튜브 공식계정에는 [로드 투 킹덤]의 확정된 방영 날짜가 삽입된 수많은 티저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1차 티저는 그룹별 타이틀곡을 활용한 오프닝 무대, 2차 티저는 역대 인기 대중가요를 재해석한 1차 경연 퍼포먼스의 일부였다. 전작인 [퀸덤]의 경우, 프로그램 초반 경연은 각 그룹의 히트곡 무대와 서로의 타이틀곡 커버 무대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전작의 출연진과 다르게 [로드 투 킹덤]의 출연진은 대중에게 각인된 히트곡이 많지 않은 관계로 커버곡을 타 그룹의 곡으로 선정한 듯싶다. 여기까지는 시청자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고, 논란의 핵심은 경연곡을 고른 기준이다.


항간에는 여러 소문이 돌았는데, 가령 90년대에 활동한 소위 '1세대 아이돌'의 노래 중 선정했다던가, 혹은 비교적 최근인 3세대까지 포함해 세대별 메가히트곡을 뽑았다는 설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2차 티저를 통해 공개된 7개의 경연곡은 H.O.T.의 '전사의 후예,' 신화의 'T.O.P.(Twinkling Of Paradise)' 동방신기의 'Rising Sun,' 샤이니의 'Everybody,' 블락비의 'Very Good,' 세븐틴의 '만세,' 그리고 태민의 '괴도'로 밝혀졌다. 가장 먼저 경연곡을 보고 떠오른 키워드는 SM 엔터테인먼트였다. 해당 곡들 가운데 블락비와 세븐틴의 곡을 제외한 나머지가 전부 SM 출신 혹은 소속 그룹의 곡이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추측하는 선정 기준은 가장 유력한 가설 중 하나였던 세대별 그룹이다. 흔히 1세대 아이돌로 불리는 H.O.T.와 신화, 2세대 아이돌인 동방신기와 샤이니, 그리고 상대적으로 앞선 그룹들에 비교해 늦게 데뷔한 블락비와 세븐틴을 3세대로 규정하면 얼추 숫자가 들어맞는다. 각종 보도기사에서도 "역대 최정상 보이그룹들의 히트곡"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해당 가설에 더욱 신빙성을 안겨준다. 그러나 솔로곡인 '괴도'의 선정 사유는 여전히 모호하다. 가수와 백댄서와의 전체적인 안무의 조화를 고려한다면 '괴도'도 충분히 팀 미션곡으로 소화할 수 있긴 하나, 단 한 명에게 포커스를 맞춘 곡을 무려 12명의 다인원 그룹에 배정한 제작진의 의도가 궁금하다.

티저 영상들은 '사전 선호도 조사'라는 타이틀 아래 예비 시청자들이 영상 시청 후 본인이 원하는 팀에 투표하는 시스템을 통해 초반 표심을 확인하는 지표가 되었다. 여태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집계된 순위는 변동 없이 굳어지는 추세이다. 해당 결과를 기반으로 각 그룹의 티저가 시청자의 표심을 자극한 방향, 그리고 우려되는 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필승, 전승, 압승의 압도적 1위 : 더보이즈

퍼포먼스에 강한 팀이라는 평가를 주변에서 자주 접했지만, 해당 그룹의 활동곡이 대부분 필자의 취향과는 거리가 먼 편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감흥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 발매한 첫 번째 정규앨범의 타이틀곡 'Reveal'은 더보이즈의 컨셉에 대한 필자의 고정관념을 산산이 부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마저도 해당 곡의 무대 영상은 시청한 바 없었기에 여전히 더보이즈의 퍼포먼스 분야에 대한 공백이 존재했다. 결국 이 공백이, 1차 티저부터 2차 티저까지 연달아 더보이즈에게 투표하도록 만들 만큼, 놀라움을 증폭시킨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로드 투 킹덤] 더보이즈 단체 프로필 사진 ©MnetKR

퍼포먼스 외적인 면을 보면, 랩 파트가 전혀 없는 솔로곡을 다인원 그룹이 소화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만일 2차 티저에서 더보이즈의 ‘괴도’의 후렴 부분만 내보냈다면 이 정도의 감탄을 자아내진 못했을 것이다. 편곡, 군무, 의상까지 삼박자가 골고루 맞아떨어지며 2차 티저에선 가장 기대가 되는 이 그룹은 현재 2번째 사전 투표에서도 1위에 군림하고 있다.



점 찍고 돌아온 2위 : 골든차일드
[로드 투 킹덤] 골든차일드 단체 프로필 사진 ©MnetKR

[로드 투 킹덤] 티저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 팀이다. 데뷔 이례 꾸준히 상큼 발랄, 청량 기조를 유지하다 정규 1집 타이틀곡인 'WANNABE'가 컨셉의 전환기가 되었다. 컨셉 변화 이후, 뮤비 조회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이에 회답하듯 가장 최근 활동 또한 비슷한 장르의 곡으로 진행했다. 전신이 검은색으로 도배된 멤버들이, 세밀하게 쪼개진 박자에 맞춰 아크로바틱 요소가 가미된 안무를 칼같이 추는 퍼포먼스는 '금색 아이'라는 다소 귀여운 그룹명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따라서 상큼발랄한 무언가를 예상했을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한 방의 잭팟(jackpot)이 필요한 3위 : 펜타곤

커버곡 무대는 항상 원작자와 비교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퍼포먼스를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펜타곤은 무대장악력 및 실력이 충분히 검증된 그룹이므로 질적인 측면에선 책잡힐 만한 점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비교 요인의 핵심은 편곡 방향, 즉 그룹의 색깔이 묻어나는 곡 재해석 능력이라고 본다. 'Very Good'은 짓궂은 악동 캐릭터의 대명사 격인 블락비의 메가히트곡이다. 만일 원곡과 비슷한 방향으로 무대를 구성할 경우, 원작자인 블락비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뇌리에 박힌 나머지 펜타곤이 묻힐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펜타곤의 2차 티저를 확인했을 때, 퍼포먼스에는 흠잡을 것이 하나 없었으나 그와 동시에 특별하다고 꼽을 만한 점도 한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펜타곤만의 'Very Good'이 아닌, 블락비의 'Very Good'을 단순히 커버하는 펜타곤으로 느껴져서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고작 40여 초만으로 무대 전체를 파악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필자의 우려가 헛된 것이었음을 펜타곤이 나머지 3분으로 증명해내길 바라는 바다.


[로드 투 킹덤] 펜타곤 단체 프로필 사진 ©MnetKR

또한, 펜타곤은 출연진 가운데 연차 수도 제일 높고, 역대 음원차트 순위 또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6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곡인 '빛나리'는 활동 종료 이후 역주행을 거듭해 결국 국내 최대 규모의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일간 17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따라서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편인 만큼, 필자를 포함한 많은 예비 시청자가 이 그룹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높은 기대치는 양극의 날과 같다. 이를 뛰어넘을 경우, 높은 명예가 뒤따라오지만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더 큰 실망감을 안겨주는 부작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펜타곤의 'Very Good' 티저 영상이 필자에게 심심하게 느껴진 것 또한 이에 대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대중의 기대를 한몸에 짊어진 펜타곤이 부담과 압박감을 이겨내고 좋은 성과를 거두길 소망한다.



올라갈 준비가 돼 있는 4위 : 온앤오프
[로드 투 킹덤] 온앤오프 단체 프로필 사진 ©MnetKR

동화 컨셉 맛집이라고 불리는 WM 엔터테인먼트 소속답게, 온앤오프는 EDM 장르인 'Everybody'에도 환상적인 요소를 가미해 편곡한 버전을 선보였다. 다른 차원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가 더해져 반주가 훨씬 풍성하고 웅장해졌다. 또한, 기존 이미지의 재생산이라는 커버곡의 한계를 한참 뛰어넘는 수준의 재해석을 보여주었다. 원곡은 장난감 병정이 충전되어 힘차게 춤을 춘다는 설정이며, 따라서 행군하듯 곡의 도입부부터 마지막까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강도 높은 칼군무가 곡의 핵심이다. 반대로 온앤오프는 춤을 추는 장난감 병정, 즉 숨이 붙어있지 않은 물체가 살아 움직인다는 점에서 기괴함이라는 요소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를 온앤오프만의 환상 장르와 연계지어 잔혹 동화, 혹은 핼러윈을 연상케 하는 무대를 선사했다. 이는 멤버 와이엇의 갈기갈기 찢긴 의상과 분장에서 느껴지는 프랑켄슈타인 혹은 늑대인간의 이미지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단, 원색의 칼라렌즈와 짙은 눈화장에서 빅스의 '다칠 준비가 돼 있어'가 떠오르는 것이 필자만의 견해인지 궁금하다.


T.M.I.(Too Many Items)의 7위 : TOO

신인 그룹이라는 점은 장단점을 각기 지니고 있다. 뉴페이스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신선함이라는 장점. 반대로 무대 경험의 부족함이 드러나는 어색한 시선 처리와 합이 맞지 않는 군무라는 단점. 전자는 이미지 소비가 덜 된 신인만의 특권이지만, 후자는 누구든 노력과 연습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TOO의 경우, 시간 관계상 데뷔 준비와 동시에 프로그램 녹화를 진행해야 했으므로 온전히 프로그램을 위해 투자한 시간이 적었을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TOO는 1차 티저 무대에 유일하게 인트로 파트가 없던 팀이었으며 원곡을 그대로 활용하는 듯 보였다. 그로 인해 퍼포먼스의 완성도 측면에서 타 그룹과 크게 비교되었다는 점이 안타깝다.


[로드 투 킹덤] TOO 단체 프로필 사진 ©MnetKR

그러나 가장 아쉬운 것은 의상이었다. 대부분 팀이 비슷한 색 및 디자인의 의상을 착용해 통일성을 주고자 한 데 반해 TOO만 유일하게 멤버별 복장이 가지각색이었다. 결국, 빨강과 노랑 등 진한 원색이 난무하는 코디는 전체적인 무대 구성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장애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행히 2차 티저에선 멤버 전원이 경연곡 ‘라이징썬’의 태양을 연상케 하는 붉은 제복으로 통일하여 시각적으로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코로나19 및 프로듀스 불공정 사건으로 인해 3월 중순, 오프닝 무대 및 1차 경연 녹화는 무관중 형태로 진행되었다. 경연 순위는 출연진 개개인이 자신의 팀을 제외한 한 팀에 투표한 것을 합산해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집계된 순위가 60여 명의 적은 표본에서 도출된 대표성이 부족한 결과라는 점, 그리고 그룹별 인원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그룹 간 최대득표수의 격차로 인해 다시금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최대득표수의 경우 인원에 따라 가중치를 두는 조정이 이뤄졌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추측에 불과하다. 사전 조사로 나타난 대중의 선택은 멤버들과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을까. 4월 30일 본방송을 통해 확인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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