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神메뉴 - 마라와 스트레이 키즈의 상관관계

최종 수정일: 2020년 8월 26일

‘마라(麻辣)’, 한자 저릴 ‘마’에 매울 ‘라’를 쓰는 마라는 한국의 식문화에 스며들기 시작했고, 마라탕 체인점은 급속도로 늘어났다. 이내, 국내 식료품 시장은 라면, 치킨, 과자, 전골 등 각종 음식과 혼합하여 ‘K-마라’화를 통해 ‘마라열풍’에 탑승했다. 이러한 마라열풍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대만 카스테라’, ‘슈니발렌’ 등과 같이 금방 사그라질 것이라 여겼으나, 현재 국내 시장에서 탄탄하게 자리매김했다.

표현의 민족답게 한국 사람들은 단순 음식을 넘어, 강력하게 중독적인 것을 ‘마라맛’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유튜브 채널 SAKE L의 ‘엘모 노동요’가 큰 히트를 치면서 노동요의 개념으로 ‘중독성 있고 파이팅 넘치는 K-POP’을 ‘매운맛 K-POP’이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이보다 더 강력한 곡의 경우 ‘마라맛 K-POP’이라 부른다. ‘매운맛 K-POP’의 표본으로 불리다 2020년, ‘마라맛 K-POP’ 반열에 당당히 자리하게 된 보이그룹이 있다. 바로 2018년 데뷔한 JYP 엔터테인먼트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다.

스트레이 키즈의 곡 중 <MIROH>와 <부작용>은 매운맛 케이팝으로 잘 알려져 많은 이들의 노동요 플레이리스트에 끼곤 한다. ‘힘들지 않아 거친 정글 속에 뛰어든 건 나니까 I’m Okay’라는 가사의 <MIROH>는 힘들지라도 내가 선택한 일이니 이겨내자고 자기암시를 하게끔 이끄는 가사로 유명하다. 중독성 있는 비트와 파이팅 넘치는 구호로 인해 정신이 번쩍 들도록 만들어 ‘맵다 매워’를 절로 말할 수 밖에 없도록 한다.

후속곡인 <부작용>은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 뺨치는 당황스러운 급전개로 유명한 곡이다. 갑작스러운 “머리! 아프! 다”를 처음 들었을 때는 당혹감 때문에 처음 듣는다면 이 곡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머리 아프다’라는 다섯 글자로 구성된 가사만으로도 과제와 노동으로 과부화된 정신 상태, 그리고 화로 가득 차 있는 심리를 단 2초 만에 대변한다. 마라탕도, 처음 한술 떴을 때는 ‘이게 왜 인기가 많은 거지?’라는 의문, 그리고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자꾸 떠먹는 행위의 반복, 그리고 가게를 나서는 순간 ‘또 먹어야겠다’라는 다짐을 불러일으키는 텍스트는 리스너가 <부작용>을 듣게 되는 과정과 상당히 유사하다. 이렇게 K-POP 팬덤에게 ‘매운맛’ K-POP의 진수라고 칭해지던 스트레이 키즈는 팀 내 프로듀서 멤버들인 3RACHA에 의해 ‘매운맛 K-POP’을 넘어 ‘마라맛 K-POP’을 만들게 된다.


2020년 6월 13일, JYP 엔터테인먼트 공식 유튜브 계정에는 타이틀곡의 뮤직비디오 티저가 아닌, ‘스트레이 키즈 신메뉴 쿠킹 비디오’라는 영상이 업로드 되었다. 슈퍼주니어-HAPPY의 <요리왕> 이후로 처음 보는 듯한 아이돌의 ‘요리’ 컨셉은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해당 영상에서 스트레이 키즈 멤버들은 <요리왕 비룡>과 같은 요리 만화를 연상하는 듯한 비주얼을 하고 재료를 손질하며, 마라탕을 만들고, 위에 ‘STAY’라고 쓰인 하트 모양의 어묵을 얹기도 한다.

그리고 6월 17일, <神메뉴>의 베일이 벗겨졌다. 스트레이 키즈의 전매특허인 무게감 있는 비트와 요리 컨셉에 충실하여 멤버 창빈의 ‘네, 손님.’으로 곡의 시작을 연다. <神메뉴>는 해당 신곡, 그리고 스트레이 키즈를 비유한 제목으로 보인다. ‘스트레이 키즈’라는 가게에 방문한다면, 즉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면 무엇을 들어도 오감을 만족시켜줄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실험적인 도전을 통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메뉴, 즉 노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도 보여준다. 그리고 신메뉴는 말 그대로 ‘새로 나온 메뉴(곡)’와 함께 정식 곡명에 신(종교)을 뜻하는 한자로 표기된 만큼 ‘신이 만든 메뉴’로도 해석된다. 그만큼 이번 정규 앨범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Stray Kids(스트레이 키즈) "神메뉴" M/V" 캡처 © JYP 엔터테인먼트

재치있는 가사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뮤직비디오에도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주된 테마는 요리, 카레이싱, 실험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주방에서는 훠궈의 홍탕과 백탕을 연상시키는 빨간색과 흰색의 꽃가루로 요리를 하며 무게감 있는 비트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마칭밴드를 등장시켰다. 그리고 이번 곡이 실험적인 것은 물론, ‘더 많은 사람을 노래로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과학연구소에서 실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또한 레이싱 경기장에서 학생들의 도움을 받으며 질주하는 씬은 스트레이 키즈의 팬덤 ‘STAY’를 학생에 대입하여 정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를 내포했다고 해석했다.

전작인 <MIROH>, <부작용>, <바람(Levanter)>의 뮤직비디오의 경우 ‘방황하는 아이들’이라는 뜻의 스트레이 키즈라는 그룹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주기 위해 정처 없이 돌아다니고 세상에 맞선다는 서사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관과 은유적인 상징들은 이들의 세계관에 깊이 있게 관심을 가진 이들이 아니라면 아무리 노래가 좋을지라도 지속적인 뮤직비디오의 소비자층으로 이끌기엔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다. 반면 <神메뉴>는 스트레이 키즈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직관적인 메시지로 인해 쉽게 이해할 수 있을뿐더러, 독특한 카메라 워킹과 편집으로 리플레이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스트레이 키즈가 <갑자기 분위기 싸해질 필요 없잖아요>, <Gone Days>, <Grr 총량의 법칙> 등 유행어에서 영감 받은 키치한 곡들은 이미 존재했지만, 기존 타이틀 곡은 주로 ‘자아’에 초점을 맞춰 깊은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 때문에 정규 앨범에서 노선을 아예 전환하여 컨셉을 ‘요리’라는 키치한 컨셉을 가져오는데 많은 고민과 우려도 함께 했으리라 본다.


"Stray Kids(스트레이 키즈) [INTRO "GO生]" 캡처 © JYP 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스트레이 키즈가 만든 마라맛 <神메뉴>는 제대로 통했다. 역대 스트레이 키즈의 뮤직비디오 중 조회수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으며, 음반 초동 판매량 자체 기록 경신은 물론, 최초로 10만장을 돌파했다고 한다. 사실 신보를 음식에 비유하고, 이만큼 맛있으니 한번 먹어보라고 권하는 발상은 상당히 1차원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스트레이 키즈가 K-Pop 시장 내에서 어떤 포지션으로 먹히는지 제대로 파악했고, 이를 심화시켜 키치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한 번 더 떠 먹을 수밖에 없도록 유도했다. JYP 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Stray Kids(스트레이 키즈) [INTRO "GO生]' 영상 속 스트레이 키즈의 인터뷰에 의하면, 따로 타이틀곡이 있었지만 멤버들의 강력한 지지로 인해 <神메뉴>를 타이틀 곡으로 삼는 것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고, 결과적으로 컨펌이 나 이렇게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대중 내지 케이팝 팬들이 스트레이 키즈에 대해 기대하는 점은 완벽히 충족시키고, 더 나아가 전작들의 아쉬운 점까지 보완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

스트레이 키즈의 <GO生> 음반에는 3단계 마라탕처럼 뇌를 울리는 곡 이외에도 <청사진>, <바보라도 알아>, <Gone Days>, <일상> 등 흑당 버블티처럼 달달한 곡들도 수록되어 있으니 ‘단맵단맵’의 완벽한 조화를 즐겨보는 것도 추천한다. 팬덤 사이에서는 이번 하반기에 리패키지 앨범 발매를 예측하고 있다. <神메뉴>의 키치한 컨셉을 계승할지, 혹은 새로운 컨셉을 시도할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많은 이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엄청난 신곡으로 화려하게 컴백하길 기원한다.

조회수 376회댓글 0개

Комментарии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