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솜

2021년 4월 18일5분

조승연이 말하는 ‘나’, WOODZ라는 새로운 장르의 확립

© 위에화엔터테인먼트

‘WOODZ(조승연)’를 칭하는 수식어는 여러 가지다. ‘UNIQ’의 승연, 솔로로서 첫발을 내디딘 ‘Luizy’,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PRODUCE X 101’의 조승연과 ‘X1’의 조승연. 그리고 또다시 솔로로 돌아온 지금의 WOODZ에 이르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조승연은 계속해서 변화해왔다. 아이돌 그룹의 래퍼에서 작곡가로, 싱어송라이터에서 경연 프로그램의 ‘올라운더’로. 이제 WOODZ는 작사, 작곡뿐만 아니라 앨범 콘셉트와 비주얼 디렉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기획해내는 솔로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성별을 불문하고 퍼포먼스형 솔로 가수를 찾기 힘든 현재의 아이돌 시장에서 WOODZ(조승연)의 음악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5개의 싱글과 두개의 미니 앨범을 거쳐 더욱 단단해진 조승연의 세계는 4개월 만에 내놓은 싱글 앨범 《SET》에서 완벽한 ‘삼각형’의 형태를 갖췄다. 그룹과 솔로를 넘나들며 전 앨범 작사, 작곡이라는 뛰어난 커리어를 통해 스스로가 올라운더임을 증명해낸 WOODZ의 음악에서 그가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추적해본다.

“찾고싶어 Who am I” <아무의미>

“루이지로서의 작업물과 우즈로서의 작업물은 '성숙함'의 차이예요. 루이지의 음악은 상대적으로 어렸고, 반면 우즈의 음악은 더 성숙해졌어요.”

출처 : https://=/?features=k-rb-artist-woodz-opens-up-about-mental-health-and-developing-his-identity-as-a-soloist

진정한 ‘나’에 대한 WOODZ의 고찰은 WOODZ가 본격적인 앨범 활동 이전에 발매한 싱글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아무의미>는 조승연이 2018년 ‘Luizy’에서 ‘WOODZ’로 공식 활동명을 변경한 이후에 발매한 곡이다. 이 곡에서 WOODZ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묻는다. 자신의 감정조차 내게 ‘lie’라고 말하는 그의 태도에서는 우울함을 넘어 무력감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모든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치부하면서도 ‘찾고 싶어 Who am I’ 라고 묻는 가사에서 그가 지닌 ‘진정한 나’에 대한 고뇌와 열망을 느낄 수 있다.

WOODZ는 인터뷰에서 <아무의미>를 자신의 일기장 같은 곡이라고 밝혔다.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없었을 때 적어 둔 노트를 기반으로 작사한 <아무의미>는 개인의 ‘실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저 구름 위에 누워 있고파’,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아’라며 현재 자신이 처한 고민과 감상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어쩌면 한 사람의 치부로 여겨질 수 있는 WOODZ 개인의 절망이 가감 없이 드러나지만 이에 대해 불편함이나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무기력한 감정 속에서도, WOODZ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탐색을 멈추지 않았고 이는 ‘Luizy’에서 ‘WOODZ’라는 새로운 자아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아무의미>는 조승연의 이전 작업물들과 비교해 한층 더 성숙해진 WOODZ의 감성과 위로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난 모든 걸 다 버텨야만 돼” <LIFT UP>

<LIFT UP>은 2020년 6월 29일에 발매된 조승연의 첫 번째 미니 앨범 《EQUAL》의 수록곡이다. 《EQUAL》의 오프닝 트랙인 <LIFT UP>은 아포칼립스 영화의 도입부를 떠올리게 하는 나레이션과 강렬한 효과음으로 단숨에 주의를 사로잡는다. 도입부의 나레이션은 이렇다.

“I’m Getting lifted From the bottom

How about the next step,

yeah i’m ready for the crown

Life is short, so I gotta keep find my own town”

《EQUAL》은 WOODZ가 ‘X1’의 멤버에서 솔로 가수로의 재도약을 시작한 앨범이다. 《EQUAL》의 앨범 소개를 보면 ‘조승연’과 WOODZ’, ‘WOODZ’ 와 ‘조승연’ 중 어느 것이 진정한 ‘나`일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앨범이라는 글이 있다. 그동안 다양하게 보여줬던 모든 WOODZ의 모습도 결국 다 같은 나이며, WOODZ가 만들어 낸 모든 세계 안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나레이션의 마지막 줄에 등장한 ‘my own town’은 결국 WOODZ 자신이며, 그가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놓여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출처 : WOODZ - HOW : how ordinary, we’re #2-4

WOODZ는 자신의 앨범 작업기를 담은 자체콘텐츠 “HOW : how ordinary, we’re”에서 <LIFT UP>을 현재 자신의 상황을 담아낸 곡이라고 밝힌 바가 있다. <LIFT UP>에서 WOODZ는 자신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물으면서도 계속해서 올라갈 것을 노래한다. <아무의미>처럼 현재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은 같지만, 이전에 발매했던 노래들과는 결이 다르다. 고함을 내지르는 듯한 보컬과 하이라이트뿐만 아니라 노래 끝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I’ll Run Don’t look back anymore I’m not done”의 반복은 그가 앞으로 닥쳐올 어떠한 혼란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위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이제 내 맘대로 난 나대로 할래” <내 맘대로(On my own)>

WOODZ의 두번째 미니앨범 《WOOPS!》의 수록곡 <내 맘대로(On my own)>는 자신을 계속해서 타인과 비교하며 특정한 틀에 가두려는 연인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곡이다. 이를 연인 사이의 갈등을 담아낸 곡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WOODZ 자신의 의지를 담아낸 곡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WOOPS!》의 앨범 소개에는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여러 가지 자아가 숨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된 앨범이라는 글이 있다. "남들이 보는 나"가 아닌, 깊은 내면에 숨어 있는 “진정한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바로 《WOOPS!》의 주제의식이다.

출처 : HOW : how ordinary, we’re #3-1

HOW : how ordinary, we’re #3-1에서 밝혔듯, 《EQUAL》을 발매한 이후에도 WOODZ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현재의 음악 트렌드에 자신을 맞추기보다는 오히려 자신만의 색깔에 더욱 집중하려 한다. WOODZ가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 콘셉트들을 살펴보면 다른 아이돌들처럼 여러 앨범에 걸친 방대한 세계관을 구축하기보다 앨범마다 다른 컨셉을 지향하고 있다. 《WOOPS!》의 경우에는 앨범 자체를 한 편의 만화책에 빗대어 매 트랙이 주인공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형식으로 표현했다. 결국, 이 《WOOPS!》라는 만화의 주인공은 EQUAL의 WOODZ와는 또 다른 WOODZ의 모습이다.

첫번째 미니앨범 《EQUAL》이 WOODZ의 음악적 성장과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췄다면, 《WOOPS!》에서는 WOODZ 내면의 다양성에 집중했다. ‘락’ 적인 요소가 가미된 틴 팝을 떠올리게 하는 타이틀 곡 ‘BUMP BUMP’과 이별 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Tide’ 등 《WOOPS!》의 트랙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사랑’을 주제로 삼고 있지만, <내 맘대로(On my own)>에서는 자신을 가두려는 연인의 태도에 얽매이지 않고 벗어나겠다는 솔직한 심정을 풀어내면서도 ‘내 맘대로’라는 주제의식을 통해 이제는 WOODZ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것을 노래한다.

“넌 항상 너대로 날 너대로 바꿔야만 해”라는 가사를 통해 연인뿐만 아니라 타인, 즉 대중들이 원하는 시각에 자신을 맞추는 것에 대해 반감을 표한다. 또한, 활기찬 느낌의 도입부와 달리 후렴 부분에서 멜로디를 간소화하며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일반적인 노래 흐름에서 벗어나는 구성을 사용하면서 음악적 측면에서도 WOODZ 본연의 독특한 장르를 추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완벽한 트라이앵글로 구축한 WOODZ만의 ‘SET’

© 위에화엔터테인먼트

3월 15일에 발매된 《SET》은 조승연의 세 번째 싱글 앨범이다. 티저 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변화’, ‘절제’, ‘비주얼’이라는 세 지점을 잇는 하나의 ‘삼각형’을 추구한 《SET》은 WOODZ가 <아무의미>로 시작해 《EQUAL》, 《WOOPS!》를 거쳐 ‘나’를 찾아가는 여정의 마침표를 찍은 앨범으로 느껴진다. WOODZ의 머릿속을 재현해 낸 완벽한 세트라는 뜻의 앨범 이름은 그가 지금까지 발매한 여러 앨범을 기반으로 이번 앨범에서는 자신만의 음악적 기준을 확립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앨범 또한 전작과 마찬가지로 내면의 ‘나’에 대해 다루지만, 매트랙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지녔던 《WOOPS!》와 달리 트랙 순서대로 연결되는 하나의 서사를 통해 ‘변화’라는 지점에 포인트를 맞췄다. 또한, 이전 곡들에서 가사를 통해 자아의 혼란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던(<NOID>, <LIFT UP>) 것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연인과의 관계에 따라 변화하는 감정선과 내면의 상태에 집중한다. 《SET》에서 WOODZ는 세 가지 트랙을 통해 사랑의 발단, 전개, 위기, 결말이라는 하나의 완벽한 플롯을 구성해냈다. 타이틀곡 <FEEL LIKE>는 낯선 이성에게서 느끼는 끌림을 노래한 곡으로 하이라이트의 강렬한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곡이다. 기타 사운드로 인해 《WOOPS!》의 수록곡인 <방아쇠(Trigger)>의 연장선처럼 느껴지면서도 ‘절제’라는 앨범 콘셉트에 부합하는 세련된 사운드가 눈에 띈다. 앨범의 두 번째 트랙인 <Touché>는 펜싱에서 유래된 ‘찔렸다’라는 의미의 ‘Touché’를 사용해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연인에게 사랑을 갈구하면서도(‘왜 너와 내 대화에 온기가 없어’) 결국 연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패배할 것임을 직감한다. 마지막 트랙인 <Rebound>에서는 다른 사람을 사랑했던 전 연인에게 자신은 단지 대체재였을 뿐이라고(‘I was just your rebound*’) 쓸쓸하게 읊조리면서 앨범의 서사를 마무리 짓는다.

*'Rebound relationship’이란 이별과 실연에 대한 반발로 새로운 사람과 맺는 연인 관계를 뜻하며 과거 연인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할 목적으로 만나는 비정상적인 사랑을 말한다.


‘완벽’을 추구한 만큼 이번 앨범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는 WOODZ의 각오답게 누군가 《SET》의 주된 장르를 묻는다면 ‘WOODZ’라고 거리낌 없이 대답하고 싶다.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솔직한 생각과 고민들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걸, WOODZ는 이번 앨범에서 증명해냈다.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보편성에서 벗어나 조승연만의 색깔을 계속해서 탐색해온 만큼 그가 앞으로의 앨범에서도 어떠한 트렌드나 레퍼런스에도 구애받지 않고 주체적인 ‘나’를 계속해서 그려나가길 기대해본다.

참고

이용선. (2021년 3월 13일). '컴백' 우즈(조승연) ,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음악 고민 ... 아쉬움 남기고 싶지 않았다" [일문일답]. 아트코리아방송. 2021년 4월 16일 검색, http://www.artkoreatv.com/news/articleView.html?idxno=7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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