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딘

2021년 11월 5일4분

규칙과 흐름 속 울림 엔터테인먼트의 유니버스

2022년 1월 11일 업데이트됨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담긴 글입니다.

울림 엔터테인먼트를 소개합니다

울림 엔터테인먼트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청량-청순 컨셉? 중소 기획사의 기적? 필자는 ‘울림의 음악’을 울림만의 특징 중 하나로 꼽는다. 최근 세련된 비트가 주목받는 아이돌 음악 트렌드에 비해 멜로디와 악기가 강조되는 울림의 음악들은 촌스럽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무난하고 잔잔한, 공감이 되는 노래가 울림 엔터테인먼트가 추구해 왔던 음악이라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또한 울림은 인트로 트랙 수록, 가상 악기가 아닌 실황 녹음, 아이돌 최초 인스트루멘탈 앨범 발매 및 하이라이트 메들리(앨범 프리뷰, 샘플러라고도 불린다) 공개, 올 밴드 라이브나 오케스트라 편곡 등 항상 ‘음악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아이돌 런칭 초기 울림 엔터테인먼트는 스윗튠과 윤상이 프로듀싱한 밝은 분위기에도 약간의 슬픈 멜로디가 섞여 자아내는 특유의 곡 분위기로 지금까지 단단한 마니아층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울림 엔터테인먼트와 고막을 공유하는 팬으로서 생각해보면 울림 엔터테인먼트는 사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일정한 규칙을 따르는 것을 좋아하는 ‘규칙 덕후’다. 이 글에서는 울림 엔터테인먼트라는 틀 안에서 소속 아이돌 그룹들이 지켜왔던, 또는 아이돌 세대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규칙, 필자가 생각하는 ‘울림 유니버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울림 유니버스의 시작, 인피니트와 러블리즈

출처-울림엔터테인먼트

울림 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첫 세대로서 울림 엔터테인먼트가 본격적으로 ‘규칙 덕후’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인피니트와 러블리즈가 쌓아 올린 울림의 공통 규칙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예명의 규칙

인피니트와 러블리즈는 각 그룹에서 한 명은 영어 알파벳을 딴 예명을 (엘(L) / 케이(Kei)), 나머지 멤버는 예명을(호야 / 베이비소울, 진) 사용한다. 나머지 멤버는 본명을 (김성규, 장동우, 남우현, 이성열, 이성종 / 유지애, 서지수, 이미주, 류수정, 정예인) 사용한다.

2. 콘서트 이름과 주기의 규칙

두 그룹은 올 밴드 라이브 공연을 강조하는 울림 소속 답게 첫 콘서트를 시작으로 1년에 두 차례 꾸준히 국내에서 단독 콘서트나 팬미팅을 개최해왔다. 특이한 점은 각 그룹의 공연 이름과 일자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인피니트의 경우 2012년 2월 첫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국내 공연 기준, 앵콜 콘서트는 제외), 짝수 년도의 8월 초~중순에는 <그 해 여름> 콘서트를, 홀수 년도의 2월 말에는 팬미팅 <무한대집회>를, 홀수 년도의 8월 중순에는 월드 투어를, 짝수 년도의 2월 말에는 월드투어 리턴즈를 개최해왔다. 다만, 멤버들의 2017년 재계약 이후에는 규칙적으로 열었던 겨울과 여름 콘서트 대신 12월 마지막 날을 함께 할 수 있는 팬미팅을 개최했다. 이후에는 멤버들의 군입대로 정기적으로 열어왔던 공연 대신 개인 활동을 하고 있고, 완전체로 열 수 있는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러블리즈의 경우 2017년 첫 단독콘서트를 시작으로, 매년 연초에 <겨울나라의 러블리즈>를, 홀수 년도 7월 말~8월 초에 콘서트 <Always>를 개최했다. 규칙에 따르면 2020년에는 <겨울나라의 러블리즈4>와 팬미팅 <Lovely-Day 3>가 개최되어야 했겠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온라인 콘서트로 대체되었다.

3. 세번째 앨범의 규칙

출처-울림엔터테인먼트

디지털 싱글과 리패키지를 제외한 3번째 음반의 이름은 팬덤 이름과 동일하다. 인피니트 싱글1집 <INSPIRIT>과 러블리즈 싱글1집 <Lovelinus>는 이런 이유에서 팬들에게 바치는 앨범이라는 느낌이 든다.

인피니트는 아직 세계관이라는 개념이 아이돌 세계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에 데뷔한 그룹으로 ‘집착돌’ 컨셉은 유지했으나 공식적으로 내용이 이어지는 뮤직비디오나 앨범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러블리즈는 나름의 서사인 ‘소녀 3부작’(‘Candy jelly love’-‘안녕’-‘Ah-choo’)과 ‘사랑 3부작’(‘Destiny’-‘WoW!’-‘지금, 우리’)이 있었다. 이를 통해 울림 엔터테인먼트가 아이돌의 ‘컨셉’을 탄탄하게 하려는 시도를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3부작을 통해 정립한 러블리즈의 ‘세계관’은 없다. 당시 아직 세계관이 익숙하지 않았던 울림 엔터테인먼트가 인피니트와 러블리즈 팬들이 해석하는 걸 보고 울림 직원들도 감탄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들은 이 세대 아이돌답게 단편적으로 ‘멋있고 예쁜 것’만 해왔다. 음악도 세련되고 웅장한, 소위 말하는 ‘돈 냄새 나는’ 비트와 안무를 갖추진 않았지만 서정적 멜로디와 애절한 가사가 돋보이는 울림 느낌이 가득하다. 사실 판타지 장르나 SF장르는 절대 보지 않는 세계관 ‘알못’이자 약간 촌스럽다고 평가받는 울림 음악 스타일에 빠진 사람으로서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두 그룹이다. 하지만 나름의 세계관과 스토리가 있어야 인기를 끄는 요즘 세대 팬들에게는 그냥 노래 잘하고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 모아둔 그룹에 불과하다. 최근 아이돌 팬들에게 노래가 좋은 것과 덕질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룹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림은 이후 데뷔한 그룹을 통해 변화를 시도했다.

변화의 과도기, 골든차일드

출처-울림엔터테인먼트

데뷔곡 ‘담다디’부터 ‘너라고’, ‘LET ME’ 등 숨은 청량 명곡으로 손꼽히는 타이틀로 활동한 데뷔 초 골든차일드는 ‘청량 맛집’ 아이돌답게 밝은 멜로디에 악기를 강조하는 울림의 상징적인 음악 스타일을 따라가는 듯 보였다. 골든차일드는 위에서 언급한 울림 유니버스의 세가지 규칙도 대부분 따랐다. 우선, 멤버 ‘Y’를 통해 ‘L’-‘Kei’-’Y’로 이어지는 알파벳 예명을 지켰다. (지금까지의 인터뷰를 보면 멤버 본인들은 별 뜻 없었다고 하나, 이런 작은 공통점이 모여서 큰 세계관이 되는게 아닐까?) 또한 2018년 5월 첫 팬미팅 <GOLDEN DAY> 이후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공연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2020년 1월 첫 단독 콘서트 <FUTURE AND PAST>, 9월에는 온라인 콘서트 <NOW>를 열었다. 규칙을 따른다면 다음 콘서트는 2022년 1월쯤 열릴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골든차일드 또한 3번째 음반인 싱글 1집의 이름으로 <Goldenness>인 팬덤 이름을 사용한다.

출처-울림엔터테인먼트

기존 울림 음악 스타일과 유니버스를 따르며 청량 컨셉을 이어가던 골든차일드는 2019년 11월 발매한 첫 정규 <Re-boot>에서 앨범 이름에 맞게 새로운 방향에 도전했다. ‘자아 찾기 3부작’의 시작이었다. 골든차일드는 ‘자아 찾기 3부작’을 통해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을 이루어 내는 과정을 그렸다. 골든차일드는 ‘Wannabe’-‘Without you’-‘One(Lucid dream)’의 3부작이 끝난 후 ‘안아줄게’와 ‘Ra pam pam’ 같은 어두운 컨셉을 이어가며 골든차일드만의 성장 이야기를 완성했다. 3부작을 통해 ‘울림 음악’이라고 생각되는 스타일에서 벗어나겠다는 자아를 찾은 것처럼 보인다. 골든차일드는 <로드 투 킹덤> 전후로 최근 세대 아이돌 팬들의 유입이 늘어나는 상황에 맞게 3~4세대 케이팝에서 인기를 끌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그룹으로 나아가게 된다. 골든차일드의 스토리를 통해 울림은 이제 뭔가 ‘할 줄 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되었다.

울림 유니버스의 새로운 시도, 로켓펀치와 드리핀

출처-울림엔터테인먼트

Mnet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로 먼저 이름을 알린 멤버들이 대부분을 이루는 울림의 신세대 아이돌 그룹 로켓펀치와 드리핀은 기존의 울림 유니버스를 거의 따르고 있지 않다. 두 그룹은 멤버 전원이 본명으로 활동하며, 세번째 앨범도 팬덤 이름으로 짓지 않았다. 울림 유니버스뿐만 아니라 이전 그룹들에는 없던 외국인 멤버를 각 그룹에 처음으로 포함했다는 점도 놀랍다. 이런 이유에서 필자는 두 그룹이 기존 울림 유니버스에서 탈피하는 세대라고 추측한다. 아직 단독 공연 횟수가 많지 않아서 기존 콘서트의 규칙은 지켜질 수도 있겠지만, 로켓펀치와 드리핀을 시작으로 새로운 규칙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최근 여자 아이돌의 트렌드를 따라 당당한 컨셉으로 활동하는 로켓펀치는 인트로에 비트부터 기존 울림 앨범과 다름을 느낄 수 있다. 로켓펀치는 울림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신디사이저 팝 장르를 비롯해 팝 장르의 타이틀을 밀고 있다. 인피니트나 골든차일드가 시도하지 않았던 몽환적인 컨셉으로 활동하는 드리핀도 장르나 컨셉 면에서 신선하다. 하지만 로켓펀치와 드리핀도 로켓펀치의 ‘컬러 3부작’을 제외하면 아직 뚜렷한 세계관은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여전히 웅장한 세계관을 별도로 만들지 않는 울림 아이돌들의 공통점이 드러난다.

아직 로켓펀치와 드리핀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뚜렷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앨범을 많이 내진 않았고, 그 마저도 코로나로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 그룹 모두 울림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그룹들로 울림 엔터테인먼트 팬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한 층 성장한 골든차일드와 함께 이미 울림 유니버스에서 벗어나 본인들의 길을 걷고 있는 로켓펀치와 드리핀, 세 그룹을 통해 ‘규칙 덕후’ 울림 엔터테인먼트가 세울 새로운 규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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